롯데-지산-대전시 '3각 커넥션' 의혹
진실규명 요구 크게 번질 듯

하주실업이 제시한 유성복합터미널 조감도. 롯데 입간판이 선명하다.
하주실업이 제시한 유성복합터미널 조감도. 롯데 입간판이 선명하다.

수년째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건립사업이 결국 ‘기업의 먹잇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터미널 사업을 망쳤다고 비난 받는 두 기업이 손을 잡고 다시 사업권을 따내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이들은 우선협상권을 확보해 의도한 바를 이루기 일보직전이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파장은 두 기업에 대한 비난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행정과 정치권력의 결탁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경우에 따라서는 불똥이 대전시 전체로 옮겨 붙을 기세다.   

 

롯데와 지산의 악연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성복합터미널 건립사업에 공모한 롯데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그런데 도시공사가 정한 기한 내에 계약에 응하지 않았다. 우선협상권은 차순위 업체인 ‘지산디앤씨’에게 넘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대전시와 도시공사는 예외규정을 들어 롯데컨소시엄과 계약을 추진했다. ‘지산디앤씨’가 반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당시에도 온갖 특혜의혹이 일었다. 지산은 대전도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롯데는 막강한 변호인을 도시공사에 지원하며 대리전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롯데를 등에 없는 도시공사가 소송전에서 승리하지만, 시간을 너무 허비했다. 사업추진이 오랫동안 가로막히면서 사업성이 악화됐다. 롯데가 대전시를 상대로 볼멘소리를 했다. 수익성 악화를 해소할 만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었다. 대전시는 롯데의 사업의지가 없다고 봤다. 롯데의 미진한 사업추진을 빌미로 계약해지를 통보해 버렸다. 그것이 지난해 6월의 일이다.  

대전시는 곧바로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했다. 사업부지를 원가 이하에 공급하고, 터미널 진입도로를 건설해 주고. 건폐율과 용적률을 높여주고, 사업자의 권리도 보장해 주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대전시 안팎에서는 당장 뒷말이 흘러나왔다. 사업정상화도 좋지만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대전시는 대전도시공사를 앞세워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사업자 선정에 앞서 보상에 먼저 착수하는 열정까지 발휘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사업자 공모가 실시됐다. 3개 업체가 공모에 응했는데, 대기업은 보이지 않았다. 언론과 시민단체는 걱정을 쏟아냈다. 자본력 없는 시행업체가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었다. 

이런 우려 속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업체가 ‘하주실업’이었다. 이번에도 탈락한 2개 업체가 평가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불복할 의사를 밝혔다. 탈락한 한 업체는 ‘롯데 배후설’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실제로 하주실업은 입점의향기업 명단에 롯데쇼핑과 롯데시네마, 롯데하이마트 등을 올렸다. 제출한 터미널 조감도에도 영문명 ‘LOTTE’를 큼지막하게 넣었다. 누가 봐도 롯데 건물로 보였다.

지역여론은 싸늘하게 돌아갔다. 이미 한 차례 사업을 말아먹은 ‘롯데’를 또 다시 사업에 참여시키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감이었다. 그러나 이는 감정의 문제일 뿐, 대전시와 도시공사는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했다. 싸늘한 여론 속에 그렇게 사업이 추진되는 듯 보였다. 

 

‘지산’의 드라마틱한 재등장

이때 갑자기 등장한 게 ‘지산’이다. 하주실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훨씬 전인 지난해 10월말 ‘이한결’ 이라는 이름이 하주실업 공동대표이사로 등재됐다는 사실이 법인등기부를 통해 확인됐다. 문제는 이한결 공동대표가 2014년 소송사건에 등장한 ‘지산디앤씨’ 대표인 이세용 씨의 아들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대전지역 한 대형교회 교우소식란에 이세용 권사의 차남 이한결 씨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큼지막하게 실렸다. 의혹제기로 끝내서는 안 될 일. <디트뉴스>는 대전도시공사를 통해 ‘하주실업’ 공동대표이사로 등재된 ‘이한결’씨가 지산디앤씨 ‘이세용’ 대표의 아들이 맞는지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공사는 나름 분주하게 사실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소득은 없었다. 공사 관계자는 “이한결 공동대표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또 다른 공동대표 홍 모씨는 이한결 대표의 개인정보인 가족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전했다. 엄밀히 표현하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 하주실업 입장인 셈이다. 

기사에 등장한 ‘이한결-이세용’씨의 부자관계가 성립된다면 ‘하주실업’은 이름만 바꾼 ‘지산디앤씨’가 된다. 여기에 롯데까지 합세한 모양새다. 고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됐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도시공사 “우리와는 관계 없는 일”

대전도시공사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공사 한 임원은 <디트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반응 자체가 더욱 심각한 일이다. 

결론은 이렇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을 따내기 위해 롯데와 지산이 치열하게 다퉜다. 그 다툼 때문에 결국 사업이 무산됐다. 대전시는 사업 재추진을 위해 막대한 시민혈세를 쏟아 붓기로 했다. 이후 ‘하주실업’이라는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하주실업’이라는 기업의 배후에 롯데와 지산이 존재한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김동섭 대전시의원(유성2, 민주)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당혹감을 표현했다. 그는 “대전시와 도시공사가 시민을 우롱하고 혈세를 낭비하며 기업에 특혜를 준 사안”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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