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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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하고 침침한 공간은 내 생리에 전혀 맞지 않았다. 습기와 눅눅한 느낌, 그리고 포유동물의 사체 썩는 냄새가 뒤엉켜 코를 찔렀다. 어둠이 배인 벽체는 습기에 찌들어 있었다. 천정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압도하며 낮게 내려 앉아 있었다. 해묵은 건물 지하의 냉기가 사체 썩는 냄새의 역겨움을 더했다.

매드 베데프.”

나를 심문하던 이반 곤예프가 앙칼진 목소리로 문간에 있던 털보를 불렀다.

얇게 찢겨 올라간 눈자위 사이로 극도의 잔인함이 새어 나왔다.

그렇다고 내가 주눅들 필요는 없었다. 또 누명을 뒤집어 쓸 이유도 없었다. 그의 눈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러자 문간에 버티고 섰던 사내가 곰처럼 성큼성큼 다가왔다. 털북숭이 속에 숨겨진 눈알이 혼탁한 유리구슬같이 번득였다. 그는 나를 힐끗 쳐다본 뒤 웃통을 활짝 벗어 젖혔다. 험상스러운 근육질의 알몸이 드러났다. 몸에는 보기 흉한 문신이 군데군데 새겨져 있었다. 앞가슴에는 러시아의 상징인 쌍머리 독수리가 징그럽게 새겨졌고, 어깨에는 낫과 망치, 여자의 알몸이 새파랗게 죽은 살처럼 묻어있었다.

그는 내게로 다가서며 눈을 부라렸다. 단숨에 내 팔을 분질러 놓을 기세였다. 하지만 내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지하실 옆구리를 터서 만든 작은 문을 열고 전등을 켰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찍찍거리던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며 요동치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매드 베데프는 내 양손에 싸늘한 수갑을 다시 채운 뒤 작은 문이 열린 곳으로 끌고 갔다. 순간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걸음을 멈췄다. 결국 우격다짐에 떠밀릴 수밖에 없었지만 더 이상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그곳에는 깊이가 2 미터쯤 되는 수직 웅덩이가 있었고 수없이 많은 쥐떼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나는 처음 그것을 본 순간 웅덩이에 물이 고여 일렁거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것들이 굶주림에 지친 쥐떼란 사실을 깨닫고 몸서리 쳤다.

쥐들은 백열전등의 직사광선에 놀라 물결같이 회오리를 쳤다. 벽을 서로 기어오르려다 빈 쭉정이 알곡같이 우수수 떨어지기도 했고, 다른 것들의 등을 밟고 더 높은 곳에 오르려고 몸부림을 치기도 했다.

꿉꿉한 습기에 젖은 앙상한 뼈대가 드러나 보였다. 서로가 서로를 맹렬히 공격하는 것도 있었고 또 서로를 뜯어먹느라 아우성을 치는 무리도 눈에 띄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살육의 현장이었다.

나는 생 땀을 흘리며 매드 베데프의 팔에 매달렸다. 손에 쥔 땀이 미끈거렸다. 하지만 내 몸은 어느새 구덩이를 향해 기울고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가슴에 바람이 든 것처럼 부들부들 떨렸다. 있는 힘을 다해 털보의 한 쪽 팔에 매달린 것이 내가 그곳으로 추락하지 않은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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