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반대 투자자 주로 2030세대, 청년 유권자 정쟁화 ‘조짐’

가상화폐 논란이 정치권까지 강타하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쟁화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사진출처 (cc) zcopley at flickr.com.
가상화폐 논란이 정치권까지 강타하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쟁화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사진출처 (cc) zcopley at flickr.com.

"법무부뿐 아니라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가상화폐 거래 규제방안을 만들고 있다."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가상화폐 논란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청와대로선 일단 급한 불부터 끄려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단숨에 논란을 잠재울만한 규제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풍에서 광풍으로' 화 부른 정부 발표, 논란 잠재울 대안 나올까

사실 가상화폐가 ‘투기’냐 ‘투자’냐를 놓고 논쟁을 벌일 때만 해도 이 정도로 논란이 커질 줄 몰랐다. 단순한 ‘미풍(微風)’ 수준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걸 정부가 어설프게 손을 대면서 광풍(狂風)으로 커졌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법무부 장관 말씀은 부처에서 조율된 얘기”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때부터 일은 꼬여갔다. 두 사람의 발언은 가상화폐 시세 폭락으로 이어졌다. 화들짝 놀란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가상화폐 규제 반대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은 청와대로 몰려들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지난 달 28일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14일 오전 현재 16만4000명 동의를 얻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 이상 국민들이 청원에 참여할 경우 정부나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이 글 마감시한이 오는 27일이란 점에서 정부와 청와대는 조만간 입장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논란 후폭풍’, 지방선거 앞 여당 피해자, 야당 수혜자?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투자자들이 주로 청년층인 ‘2030세대’라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이 어떤 대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지방선거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그래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용어로 보는 IT 비트코인’.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투자자들이 주로 청년층인 ‘2030세대’라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이 어떤 대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지방선거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그래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용어로 보는 IT 비트코인’.

이 사태는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가상화폐 논란의 최대 피해자는 여당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왜 그럴까.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주로 청년층인 ‘2030세대’라는 점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현 정부 지지층과도 겹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 이반과 지지기반 이탈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방분권을 포함한 개헌과 최저임금 인상 등과 함께 이번 지방선거의 향배를 가를 핵심 이슈가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특히 야당은 지방소멸 위기와 더불어 실업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층을 돌려세울 호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지난 12일 ‘비트코인과 전쟁 벌이는 롤러코스터 정부’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정부가 가상화폐 논란을 오히려 부채질 하고 있다. 법무장관이 투기 광풍 잡는다며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한다 발표하자 2030 투자자들 반발이 폭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불안한 롤러코스터를 타는 바람에 투자자 누군가는 손해도 보고 이익도 봤을 것”이라며 “법무부가 책임질겨, 청와대가 책임질겨”라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부, 거래소 폐쇄 기조 톤다운예상..부작용 심화시 실력행사 가능성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정부와 당정협의를 열어 가상화폐 종합대책을 발표한다며 출구 전략 마련과 민심 동요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은 14일 <디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논란은 세대의 문제로 삼을 사안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현재 가상화폐 열풍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며 “현 시점에서 상황에 대한 분석과 대책도 필요하지만, 미래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한 예방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4일 오전 현재 16만 4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청원 마감은 오는 27일까지며, 이 안에 20만명이 넘을 경우 정부와 청와대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4일 오전 현재 16만 4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청원 마감은 오는 27일까지며, 이 안에 20만명이 넘을 경우 정부와 청와대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 “법무부와 경제 금융파트는 저마다의 시각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리스크(위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절충돼야 하겠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미래의 부정적인 위기 가능성도 감안해서 진단과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을)도 “국정운영의 이슈는 되겠지만, 법과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이슈가 될지는 모르겠다”며 “올바른 국면 타개책이라도 말할수는 없지만, 가상화폐와 블록체인기술에 대한 쟁점은 아직 남아있으며, 구분해서 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당정이 거래 금지나 거래소 폐쇄 등을 담은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하기 쉽지 않은데다, 여론도 악화된 상황을 들어 ‘톤다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이번 정부 장관급 인사들의 발언은 “투기 과열을 잠재울 선언적 의미”로 일단락 짓고, 실명확인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점진적으로 바람을 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가상화폐 시장이 투기 과열로 확대되면서 부작용이 심화될 경우 실력 행사로 정책이 전환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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