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이야기 하나, 생각 하나]

시간

기회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시간을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로 구분한다.

크로노스 시간은 자연스레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이다. 그래서 시계라는 말로도 쓰인다.

크로노스적 시간은 달력의 시간이다.

카이로스 시간은 제 때를 의미하는 시간이다. 기회나 결정적 순간에 그에 맞는 올바른 행동을 하는 시점을 말한다. 그래서 기회라는 말로도 쓰인다.

BC 4세기 그리스의 조각가 리시포에 의해 만들어진 대리석 부조작품의 이름이 '카이로스'이다.

앞머리는 무성한데 뒷머리는 대머리이다. 천사처럼 어깨에 날개가 달려 있고 발뒤꿈치에도 날개가 달려있다.

그리스 시인 포세이디포스가 조각상 밑에 다음과 같은 풍자시로 덧붙여 있다.

"너는 누구인가? 나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간이다.  왜 발돋움을 하고 있지? 나는 항상 달리기 때문이지.  그럼 발에는 왜 날개가 있나? 나는 바람과 함께 날기 때문이지.  오른손에는 왜 면도날을 가지고 있나? 나는 어떤 날카로운 날보다 더 날카롭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때문이지.  머리카락은 왜 얼굴 앞에 걸쳐 놓았지? 나를 만나는 사람이 앞머리카락을 쉽게 잡도록 하기 위해서지.  도대체 뒷머리는 왜 그렇게 대머리인가? 한번 지나가면 날개 달린 발로 빨리 달려가기 때문에 누구도 나의 뒷머리를 잡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지."

포세이디포스의 시처럼, 기회는 올 때 잡아야지 지나가면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리시포스는 카이로스 부조작품에서 보여준다.

어째든 카이로스적 시간은 의미의 시간이다.

카오스적 시간은 지금이다.

크로노스적 시간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는 것이지만, 카이로스적 시간은 나 자신의 철저한 의지, 개입 그리고 열정에 의해서만 가능한 시간이다.

크로노스적 시간의 흐름에 반전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달력을 만들고 첫 달을 모든 것을 바르게 해야한다는 의미로 '정월'이라 부른다. 서양에서는 1월 January라고 한다, 이 말은 과거와 미래, 전쟁과 평화, 끝과 시작 등 현실 세계의 다양한 두 축을 상징하는 의미의 두 얼굴을 담고 있는 야누스(Janus)라는 신의 이름을 담고 있다.

1월은 달력의 크로노스적 시간을 통해서 의미의 시간인 카이로스적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 야누스적 시기이다.

사진: 구글에서 캡처

새해

2018년 아침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해

새해엔 평범함을 새로운 감동으로 발견하는 삶,

당연한 것을 경탄의 감각으로 발견하는 삶을 살기를 기원합니다.

그러라고 새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새해'라는 말보다는 '새로워진 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인간은 자신의 입장을 선택함으로써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다." (알프레드 아들러)

새로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물리적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합니다. 나이가 드는 것은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젊게 유지하는 것은 누구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환경 때문이 아니라 그 환경에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삶이 달라질 것입니다. 다 '마음 먹기'이죠. 나의 처지를 비관하지 말고, 나의 역경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변화를 통해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무창포에서

"멀리 날이 지면, 내일은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 거다."

 

감사일기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얻고 싶다'는 인기, 존경, 돈을 모두 가진 여성,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그녀의 성공은 날마다 감사일기를 쓰는 일이었단다. 나도 오늘부터 감사일기를 다시 쓰자.

오프라 윈프리.

그녀처럼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 중 다섯 가지를 찾아 기록하는 것이다.

오늘도 거뜬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유난히 눈부시고 파란 하늘을 보게 하여 주셔서 감사하다.

감사의 일기를 쓰면 다음 두 가지를 배운단다.

1.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

2. 삶의 촛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를 안다.

"저는 세상, 그러니까 이 지구가 학교이며 인생은 교실이라고 생각합니다."(스탠포드대학 졸업 연설)

"주 안에서 기뻐하라. 그리하여 그분이 내 마음의 소망을 이루어주시니"(시편 37편 4절)

그녀가 좋아하는 성경 귀절이란다.

부족한 것 까지 기뻐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자는 그녀의 말에 두손 들며 나는 동의한다.

 

내가 꿈꾸는 '인문운동가'의 삶

오늘 아침은 내가 꿈꾸는 '인문운동가'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인문학에서 학을 빼고 '인문'하면 이해가 쉽다.

인문이란 말 그대로 하면 '인간이 그리는 무늬'이다.

인문과 함께 우리가 쓰는 말 중에는 '천문-하늘이 그리는 무늬'이란 말이 있다. 그리고 '천지인'을 생각한다면 '지문-땅이 그리는 무늬'이라는 말도 사용할 수 있다.

천문과 지문은 '이'가 지배한다면, '이'란 옥돌에 새겨진 무늬란다. 인간과 별 상관 없이 자연이 그리는 무늬인 것이다. 이에 비해 인문은 인간에게 새겨져 있고, 인간이 관여하는 무늬라면, 인문은 '이'보다는 '문'에 방점이 찍힌다. 인간은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무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도 하나의 큰 무늬, 커다란 결 위에서 살고, 우리 인간 각자는 하나의 커다란 결속에서 움직이는 '다름'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인문이란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근본적인 철학적 요소들과 인간 중심의 근원적인 사상을 다룬다. 그 이유는 좀 더 나은 삶, 지헤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나만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인간끼리 잘 살자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힘든 처지에 놓인 그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 사람 사는 맛이고, 이런 것을 '인문정신'이라고 한다.

요즈음 관심받는 것도 관심을 주는 것도 꺼리는 각박한 요즈음, 우리에게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것이 인간들이 그리는 '인문정신'이다.

인문정신은 지식, 즉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그저 따뜻해서 열린 마음에서 나온다. 그런 마음으로 생각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이 생각의 틀이란 세계관이다. 세계관이란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인간이 갖고 그리는 무늬의 정체를 잘 알게 해주는 것이 .'인문정신'이다. 이것은 문학, 역사, 철학에서 다루는 영역이다.

이런 인문정신이 부족하면, 우리는 쉽게 정치적 판단을 한다. 예컨대, 좋다, 나쁘다, 마음에 든다, 안든다고 하고는 이분법적인 방식은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이념들에 지배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념으로부터 벗어나 세계를 보고 싶은대로 봐서도 안 되고, 세계를 봐야하는 대로 봐서도 안된다. 인간적으로 세계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다시 한 번, 인간적으로, 매우 인간적으로.

이런 인문정신은 매너리즘에 빠진 일상, 부정적 사고, 열정 없는 꿈들을 막아주는 방패이다. 이런 방패는 사유하는 힘에서 나온다. 이 생각, 아니 사유하는 힘이 인문정신이다.

갑천을 걷다가
갑천을 걷다가

 


박한표 인문운동가

박한표 인문운동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관광대학원 초빙교수, 프랑스 파리10대학 문학박사, 전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 문화원 원장, 와인 컨설턴트(<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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