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임명직과 선출직의 차이, 망각했나?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 자료사진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 자료사진

임명직 공무원과 선출직 공무원의 차이를 망각했나.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의 신년 기자회견 메시지가 뒷말을 낳고 있다.

이 대행은 10일 회견에서 ‘도시철도2호선 트램’ 문제와 관련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쟁점화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이) 정치적 소재로 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타당성재조사 결정으로 추진동력이 상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대전시 행정의 수장이 시민불안을 해소해야겠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자신의 바람을 전했을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행의 발언은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더 큰 논란을 부추기게 됐다.

일단,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임명직 공무원이 ‘선거 의제’를 미리 차단하려 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공무원이 특정 후보의 정책을 지원하거나 비판해서도 안 되지만, 특정 의제를 선거공간에서 거론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부적절해 보인다.

만약 권선택 대전시장이 낙마하지 않았다면, 현 시점에서 그와 같은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 문제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선출직 공무원은 자기가 쏟아낸 발언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다. 선출직에게 ‘선거’라는 관문은 평가를 받는 자리이고, 재신임을 묻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관 대행은 정치적인 평가를 받는 신분이 아니다. 시민의 뜻에따라 복무하는 신분이지, 정치공간의 의제를 던지고 평가받는 존재가 될 수 없다. 대전시 행정의 수장으로 시가 온 힘을 다해 추진해 온 정책이 행여나 잘못될까 우려하는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넘지 말아야할 선까지 넘고 말았다. 

지방선거는 각 후보들이 공동체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시민들로부터 선택받는 중요한 민주주의적 절차다. 아울러 각종 갈등현안을 해소할 수 있는 통합의 장이기도 하다.

트램 문제도 마찬가지다. 민선6기 대전시정의 핵심 정책이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찬반 논란에 부딪혀 있다. <디트뉴스>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램방식을 선호하는 시민은 19.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타당성재조사 등 중앙정부의 심사결과를 떠나 사업추진의 가장 큰 동력인 ‘시민의 동의’가 뒷받침됐는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오히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대전시장 후보들은 대전의 3대 갈등현안인 도시철도2호선 트램,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갑천지구 친수구역 사업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누군가는 민선6기 트램사업을 계승하겠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다른 방식을 제안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선택은 시민의 몫이다.

임명직 공무원이 이와 같은 시민의 선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한다면, 그의 뇌리에 우리사회를 지탱하고 작동시키는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선거는 갈등을 표출시키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결론을 내는 ‘사회통합의 장’임을 잊어선 안 된다. 권한대행이 스스로 권한대행 꼬리표를 떼고 선출직 시장 행세를 해서야 되겠는가. 정말 책임지고 싶다면 선거공간에 후보로 나서서 ‘민선6기의 완벽한 계승’을 주장하며 시민들에게 선택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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