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왼쪽부터 김부겸 행자부장관, 이재명 성남시장, 박범계 국회의원. 자료사진
왼쪽부터 김부겸 행자부장관, 이재명 성남시장, 박범계 국회의원. 자료사진

이 예측은 어쩌면 다 틀릴 수 있다. 이재명, 김부겸, 박범계. 이런 분들은 올해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예측의 정확성을 조금은 보탤 수 있도록 여론조사의 뒷받침이라도 있었다면 더욱 자신있게 말하겠지만 없어서 아쉽다. 그래도 '내가 만약 그분이라면'이라는 가정 하에 정치인의 길과 선택을 고민하며 그냥 품은 생각을 밝힌다. 내가 그가 아니기에 정말 예측은 틀릴 수 있다.

정치의 길 자체가 형극의 길이겠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조금은 쉬운 길을 가는 정치인들보단, 어려운 길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이 좋아 보인다.
 
이 점에 있어서 이념적으론 별로 동질감을 갖고 있지 않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은 꽤 괜찮은 정치인이라 생각한다. 청문회의 인상적인 모습을 넘어, 절대 쉽지 않은 부산에서 금배지를 향해 도전하고, 당시로선 너무도 힘들었던 서울 정치의 상징 종로의 깃발을 향해 뛰고, 소위 '험지'에의 도전을 서슴지 않은 정치인이다. 벽을 깨려 도전하는 정치인의 표상이었다. 그 정신이 청와대의 문을 스스로 여는 힘이 되었다.

위에 열거된 분들 역시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벽을 이겨낸 분들이다. 대통령직을 경험하진 않았기에 모든 것을 비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정치역정으로 봤을 땐 노무현 대통령보다 모자라지 않다. 

이분들이 지방선거 광역단체장후보로 많이 회자된다. 다 잘들 하실만한 큰 역량을 지닌 분들이기에 인기가 있다. 당장 내가 사는 대전만하더라도 박범계 의원의 대전시장 선호도나 시장적합도는 예상경쟁자와 대비해 훨씬 높다.  

이정도 인기라면, '실체'상은 아닐지라도 유권자 '인식'상에 열거한 분들은 이미 광역단체장이다. 경기도지사 이재명, 대전시장 박범계, 대구시장 김부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유권자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거꾸로 이들이 구태여 광역단체장에 '도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광역단체장이 되어 4년, 8년을 보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미 지역유권자 인식 상에 광역단체장인데 지방선거에 나서는 것은 자신의 '인기'를 현실의 세계에서 누리는 것이지 ‘새로운 문’에 도전하는 모습이 아니다. 

게다가 정치적 동지이지만 미래경쟁자일지도 모르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8년의 광역단체장을 마치고 더 이상 출마하지 않는단다. 중앙으로 중앙으로 가는 눈치다. 당연하다.

현실의 세계에서 누리며 얻는 만큼, 전국의 유권자들의 인식 속에 잃는 것도 있겠다. 적어도 퇴색되는 것이 있다.

전해철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속에 이재명 시장은 출마가 소위 '친문'을 극복해야할 도전의 순간이라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경기도지사가 되더라도 '더욱 폭넓은 행정가'로선 우뚝 서겠지만 '사이다' 이미지를 잃는다. 사이다정치를 유권자는 기대하는데 경기도지사로서 이를 보이기엔 무리가 있다. 

대전시장이 된다면 박범계 의원은 '저격수', '적폐청산'에서 쌓고 있는 '법치주의' 이미지가 잊혀진다. '법치대전'으로 공간을 줄이기엔 그의 꿈이 더 넓을 수 있다. 영화 1987년을 본 그의 마음속엔 이미 자신의 '법치한국'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부겸 의원이 대구시장이 되면 '안전', '뚝심'이미지가 축소된다. 게다가 그는 이미 수차의 도전으로 험지 대구에서 정치적으로 성공한 터이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크건 작건 자신이 그동안 전국에 쌓은 브랜드가 지자체장이 되면 축소되거나 잊혀져간다. 주변의 정치적 지지자들은 출마를 환영하고 종용할 수 있겠지만, 지자체장이 되는 순간 전국적으로 더 넓게 브랜드를 확대해서 알리고 싶은 길은 막히고, 그나마 전국의 유권자들의 마음에 쌓인 그 브랜드 이미지조차 조금씩 조금씩 무너진다.

윗 분들이 노무현 정신을 말하고 항상 마음에 품는 분들이라 생각하기에 말한다. 자신의 안전한 정치적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하고 힘들지만 어려운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마침내 일궈내는 그런 모습, 도전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지지자들은 더욱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나의 예측이 맞았으면 좋겠다. 나는 지지여부를 떠나 '도전하는 정치인'이 좋아 보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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