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대전시 트램디자인 공모전 대상작.
대전시 트램디자인 공모전 대상작.

타당성 재조사 없이 트램 사업이 진행될것처럼 말해오던 대전시가 곤혹스럽다. 재정경제부가 재조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쪽 분야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재조사의 불가피성을 말해왔다. 몇 천억 원을 지방에 넘기는 것인데 따져보지도 않고 줄 수는 없다. 더구나 트램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성공한 적이 없는 사업이다.

대전시의 황당한 보도자료

기재부의 재조사 결정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나는 대전시의 보도자료가 더 놀랍다. 보도자료는 대전시 행정이 지금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트램 재조사 통보에 대전시는 황당한 보도자료를 냈다. “(그동안)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 의견이 있었으나 타당성 재조사 결정으로 의문이 해소되었다”고 의미를 달았다. 

예비조사 없이 바로 본 조사에 들어간다는 의미를 붙인 것이나 지역 언론 시민단체들은 트램이 불투명해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타당성 재조사는 사실상 예비타당성 조사와 같은 수준으로 2호선 사업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정부의 메시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맞는 분석으로 본다. 정부는 대전 2호선에서 손을 떼는 전략으로 가는 것 같다. 

그렇게 볼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정부는 트램 사업에 대해 확실성을 담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트램을 성공한 도시가 없고, 실패한 지역만 늘어나고 있다. 외국도 그렇다. 트램 도입이라면 우리보다 여건이 낫다고 할 수 있는 일본도 실패했고, 중국도 처음에 트램에 관심을 보였으나 요즘은 '이건 아니구나' 하는 분위기다. 도시철도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그렇다.

둘째는 트램 추진에 앞장서던 수도권의 일부 정치인들은 요즘 트램 때문에 낙선 걱정을 해야 될지도 모를 처지로 몰리고 있다. 트램을 놓겠다는 지역 주민들은 트램을 강행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결사반대하고 있다. 해당 의원 홈페이지에는 99%가 ‘결사 반대’ ‘절대 반대’를 외친다. 트램이 동네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원 측은 주민이 원치 않는다면 안하겠다며 물러나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정치권도 정부도 트램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 

그래도 대전시는 몇 년 뒤에는 트램이 달린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정부는 대전시 트램 사업비를 삭감했다. 총사업비가 5700억 원 대에서 5400억 원대로 줄었다. 400~500억 원 정도로 예상되던 대덕구 시범노선 구간을 본사업 포함시키면서도 사업비가 줄었기 때문에 전체로는 700억 원 정도 깎인 셈이라고 한다. 

정부를 위한 대전시인가, 시민을 위한 대전시인가?

대전시는 가난한 효자 아들이다. 가난한 아들이 사업을 해보려고 아버지에게 5700만 원을 지원받기로 얘기가 되었는데 아버지가 800만원을 깎자니까 “돈 절약되어 좋다”는 아들이다. 지금 대전시가 그런 아들이다. 대전시는 누구의 아들인가? 늘 대전은 제껴 놓는 정부의 아들인가 대전시민을 위한 아들인가?

이 정도면 대전은 재정의 문제도 정치력의 문제도 아니다. 지역에 쓸 만한 지역 정치인이 있네 없네 하며 한탄하는 것도 부질없는 일 같다. 도대체 전국의 어떤 도시가 정부에서 자기 지역 숙원 사업비 예산을 깎겠다고 통보했는데 이를 예산절감으로 꾸며 보도자료로 내는가? 지금 대전시청에서는 군(郡)의 마을 지원금이 깎여 속상한 마을 이장님이 동네 방송에 농담으로 할 얘기가 150만 도시의 수장(首長)의 도장을 받아 정식으로 배포되고 있다. 

언론에 전달하는 보도자료가 시장 모르게 나왔을 리 없다. 이해가 안 된다. 도시철도가 졸지에 땅으로 갔다 하늘로 갔다 하면서 시민들을 어지럽게 하는 것은 ‘정치’가 부리는 마술로 보면 된다. 정치판에선 표를 먹고 살아야 하고,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기 때문에 별별 일이 다 벌어진다. 그런데 지금 대전시장 자리에는 그런 사람이 앉아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황당한 행정이 이뤄지는가? 

내가 보기엔 트램은 물건너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트램이 아니라 2호선 자체가 날아가는 수순이다. 대전 2호선은 대전시 단독 플레이로는 쉽지 않은 사업이다. 대전 2호선은 명분이나 현실에서 광주시와 함께 가야 유리하다. 광주는 올해 2조원 사업규모의 2호선 첫 삽을 뜬다. 정부에서 한해 1000~2000억 원씩 지원해주게 된다. 

도대체 ‘행정시장’까지 이러는 이유 뭔가

광주가 먼저 출발해서 떠나버리면 대전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대전은 2조 원의 기회비용을 날려버리는 셈이다. 정부가 복지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앞으로 도시철도 예산은 따내기가 어렵다. 다른 지역처럼 정치력도 없는 대전으로선 2호선을 영영 날리고 말 수 있다. 대전의 건설업체들은 멀쩡한 도심공원을 파헤쳐서라도 일거리를 만들고 싶을 만큼 절실하다. 건설업체들은 경제효과로 따지면 2호선과는 비교도 안되는 사업에 목을 맨다. 

정부의 수백억 예산 삭감 통보를 '예산 절감'으로 홍보하고, 그런 홍보가 아무렇지 않게 통하는 상황에서 대전의 앞날은 없다. 정치인들이 너무 심하게 나가면, ‘저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공무원들을 많이 봤다. 그런데 이젠 공무원도 정치인 뺨치는 것 같다. 대전은 너무 무너지고 있다. 대전시의 기막힌 보도자료는 시쳇말 ‘웃픈 보도자료’다. ‘행정시장’까지 이러는 이유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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