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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져 있는 뒷고기집. 유소춘
숨겨져 있는 뒷고기집. 유소춘
  • 이성희
  • 승인 2018.01.08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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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춘 화로구이전문점(대전 중구 중촌동401-10 선 치과 뒤)

12년 어머니 이름 유소춘 상호로 사용. 숙성 된 뒷고기 맛 일품

최근 돼지고기 하면 삼겹살보다 뒷고기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씹히는 쫄깃한 식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뒷고기로 어머니 이름을 간판에 내건 ‘유소춘’이 애주가들 사이에 뜨고 있다.

대전시 중구 중촌동에 있는 유소춘은 김경훈 대표가 12년 동안 어머니 이름을 걸고 운영중인 뒷고기 화로구이전문점이다. 선 치과 뒤편 주택가 골목에 허름한 집에 숨겨져 있지만 둥그런 원통형 화덕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손님들의 모습에 정겨움이 묻어나는 곳이다. 특히 접하기 힘든 뒷고기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 직장인들의 퇴근길에 한잔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수 없게 만드는 집이다.

뒷고기

유소춘은 김 대표의 모친 이름이다.이를 널리 알려야 장수한다고 해서 상호로 쓰고 있는 특이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소춘이란 이름은 김 대표 친형도 유소춘 보쌈만족, 유소춘 낙곱새 등을 사용하고 했다. 어머니 장수를 위한 자식들의 효도(?)인 셈이다. 대개 뒷고기는 부위를 몰라야 더 맛있다는 말이 있지만 유소춘의 뒷고기 모둠은 목뼈살, 목살, 뽈살, 눈살 등으로 600g 한 근에 23000원이다. 

부위 별로 각자 맛이 다르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은 푸짐해 삼겹살과는 색다른 맛으로 미식가들의 입을 사로잡는 부위이기도 하다. 특히 지방이 없고 꼬들꼬들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는 숙성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이집은 원육이 들어오면 진공상태로 5일 정도 숙성시켜 손님상에 내는 데 감칠맛이 제대로 살아있다.

뒷고기.갈매기살 진공상태 5일 숙성시켜 감칠맛 살아있어

뒷고기는 삼겹살과 달리 모양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구울 때 손을 부지런히 놀려야 한다. 자주 뒤집어가며 익혀야 하는데 고기를 굽는 손이 바쁘면 바쁜 만큼 고기는 더 맛있게 익는다. 바싹 구우면 씹는 맛이 없기 때문에 노르스름할 즈음 먹으면 제 맛이 난다.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며 숯불에 구우면 기름이 빠져 느끼하지 않다.

불판에 익어가는 뒷고기

뒷고기 부위 별로 각자 맛이 다르다.

특히 파와 콩나물이 적당히 어우러진 파절이와 함께 쌈을 싸서 입에 넣으면 육즙이 배어나오는 게 쫄깃하면서도 독특한 육향이 환상적이다. 여기에 소주 한 잔 들이키면 온갖 시름이 사라진다. 뒷고기는 중독성이 강해 한번 찾은 손님은 다른 부위는 먹기 싫어진다고 한다. 질리지 않는 매력의 뒷고기다.

뽈살은 돼지 코를 중심으로 양 볼에 손바닥 크기만큼 나오는 볼때기 살이다. 고기 자체에 지방이 없어도 퍽퍽하지 않고 쫄깃하고 부드럽다. 스테이크를 먹는 맛이다. 목뼈살은 오동통하며 감미로운 맛이지만 두툼한 육질이 씹으면 씹을수록 꼬들꼬들하고 쫀득쫀득한 식감이 탄력이 있어 괜찮다. 눈살은 먹어보기 힘든 부위지만 돼지 한 마리를 잡아야 200~300g밖에 나오지 않는 특수부위다.

뒷고기는 원래 돼지를 잡아서 부위별 상품으로 손질하고 나머지 상품성이 없는 고기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지금은 모두 최고의 술안주인 것을 보면 당시 도축전문가들이 너무 맛있는 부위라서 밖으로 팔지 않고 뒤로 빼돌려 자기들끼리만 몰래 먹었던 고기가 맞는 것 같다.

한상차림
한상차림

갈매기살
갈매기살

사실 도축기술자들이 담배 값이나 좀 챙기자고 꼬불쳤던 것이 뒷고기다. 이런 면에서 뒷고기는 좀 서글픈 음식이다. 한 부위에서 많이 떼어내면 금세 티가 나기 때문에 덩어리가 크고 표가 나는 부위는 건드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뒷고기의 부위가 다양하고 한 입 크기인 것 또한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갈매기살(1만원)도 인기메뉴. 돼지의 횡격막에 붙어 있는 고기를 말한다. 횡격막을 우리말로 뱃속을 가로로 막고 있는 가로막살이 바다에 날아다니는 갈매기와 연상 작용으로 인해 발음이 갈매기살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부위와는 특이하게 비계 층이 거의 없어 쇠고기처럼 쫄깃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소고기의 안심이나 등심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돼지 한 마리에 300g 정도만 나오는 귀한 부위다. 목살 맛은 쫄깃하면서도 질기지 않은 특유의 식감이 매력 포인트다.

김경훈 대표
유소춘 김경훈 대표

내부전경
내부전경

유소춘.한국인의 밥상 촬영팀 방문으로 맛있다는 입소문으로 북새통 이뤄

김경훈 대표는 충북 옥천이 고향이다. 용인대를 졸업하고(복싱 전공) 정림동에서 정육점을 하면서 고기유통을 배운 다음 12년 전 옥천에서 유소춘을 창업했다. 옥천에서 영업은 잘됐지만 더 큰 곳에서 꿈을 펼쳐보고 싶어 5년 전 대전으로 이전을 하게 된다. 그러나 자본부족으로 지금의 자리에 둥지를 틀게 된다. 목이 안 좋은 곳이라 초창기에는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돼지껍데기
돼지껍데기

그러던 중 2014년 3월 ‘최불암의 한국인의 밥상’ 촬영팀이 유소춘을 찾으면서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저녁시간에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집으로 변했다.

이제는 도축과정이 현대화되면서 뒷고기의 유래는 흘러간 옛 노래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에게 최고의 술안주다. 새해가 밝았어도 여전히 술자리는 많다. 퇴근길에 좀 더 색다른 고기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유소춘을 찾아보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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