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풍식당(태안군 원북면 반계리 원북면사무소 앞)

박속밀국낙지탕탕

40년 전통의 원조집. 박속 시원한 국물 맛과 쫄깃한 낙지 맛 일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다. 여행지에서의 음식은 그 지역의 문화를 말해준다. 충남 태안은 바다와 갯벌이 잘 형성돼 있어 먹거리가 풍부하다. 태안의 북쪽 끝자락 이원반도는 굴과 낙지의 산지로 이름난 지역이다. 이곳 주민들은 낙지를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즐겨왔는데 박속밀국낙지탕이 그중 하나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반계리 원북면사무소 앞에 있는 원풍식당은 목예균 대표가 40년 전 처음 박속밀국낙지탕을 만든 원조 집이다. 지금은 아들 조한철 씨가 대를 잇고 있다.

박속밀국낙지탕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 중엔 박속을 파내고 그 안에 낙지를 넣어 끓인 음식으로 아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박속밀국낙지탕은 하얀 박속을 썰어 넣고 낙지를 데쳐 먹는 샤브샤브형태의 태안 향토음식이다.

박속밀국낙지탕은 이름에 재료가 모두 포함돼 있다. 주문을 하면 박속과 대파 등이 담긴 커다란 전골냄비가 나온다. 국물이 끓게 되면 꿈틀거리는 싱싱한 세발낙지를 통째로 넣고 살짝 데쳐서 먹는다. 박속과 낙지가 절묘하게 만나 빚어낸 그 시원한 국물 맛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다. 낙지는 오래 끓이면 질겨지기 때문에 낙지 특유의 연한색이 나면 바로 먹는 것이 좋다. 전라도의 연포탕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맛은 꽤 다르다. 연포탕은 낙지가 익었을 때 낙지의 다리가 연꽃이 핀 모양으로 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데친 낙지는 파를 잘게 썰고 고춧가루를 뿌린 조선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 게 특이하다. 진한 양조간장과는 확연히 다른 투명한 빛깔이다. 초장도 좋지만 간장에 찍는 것이 더 개운하다.
 

수제비 칼국수를 태안에서 밀국 불러, 어려운 시절 지혜롭게 극복해온 역사가 담긴 음식

낙지를 먹고 난 다음 진한 국물에 칼국수와 수제비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한 끼 식사로 든든한 밀국이 완성된다. 수제비는 직접 반죽해 일일이 손으로 뜯어 살짝 데친 후 테이블에 내오는데 두툼하면서도 탄성이 있어 배가 불러도 끝까지 먹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특히 시원한 맛을 위해 무 대신 박속을 넣는데 익은 후 식감이나 깊은 맛이 무보다 더 좋다. 무 대신 박 인 셈인데 얼핏 보아선 무인지 박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무가 말캉한 데 반해 박은 무보다는 쫄깃하다는 느낌이다. 개운한 국물 맛을 내는 주인공이자 숙취 해소의 일등공신이 바로 박속이다. 박은 호박이 아니라 시골 지붕위에 열리는 고지박을 사용한다.

박속밀국낙지탕의 이름에는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우리 부모들의 소박한 지혜가 숨어 있다. 너나없이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사람들은 밥 대신 수제비나 칼국수를 더 많이 끓여 먹었는데 태안에서는 이를 밀국이라 불렀다. 어려운 시절을 지혜롭게 극복해온 역사가 담긴 음식인 셈이다.

박속밀국낙지탕의 주인공은 단연 낙지다. 낙지는 피로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타우린을 대량 함유하고 있어 갯벌의 산삼으로도 불린다. 그래서 궁핍할 때 만들어 낸 태안의 박속밀국낙지탕이 요즘은 대표적인 스테미너 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밀국
목예균 대표

무 대신 박속 넣는데 무보다 쫄깃, 당일 신선한 낙지 떨어지면 문닫아 확인 필수

원풍식당을 늦게 찾을 때는 미리 확인하고 가야 낭패가 없다. 당일 사용할 만큼의 낙지를 받기 때문에 신선한 낙지가 떨어지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겨울 여정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미식(美食)여행이다. 특히 겨울 바다로 떠나는 별미여행은 낙조와 만나 운치와 포만감이라는 일석이조의 여정을 담보해준다. 태안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사철해산물이 풍부해 겨울철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오늘은 태안에서 별미 박속밀국낙지탕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보자. 충남 태안군 원북면 원이로 841-1.박속밀국낙지탕. 낙지볶음(1인)15000원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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