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미래 설계할 태엽감기, 지역 정치권과 언론 몫

2018년 새해 첫 날 충남 태안군 백화산 해맞이 모습. 태안군청 제공.


지난해 충청도는 ‘대망(大望)’이란 기대에 잔뜩 부풀었다.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 충청도 출신이 없었으니 이제 충청도에서도 나올 때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아주 희한한 논리다. 시대는 탈(脫) 지역, 탈(脫) 이념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전히 ‘내 고향 충청도’만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자민련으로 시작해 심대평과 자유선진당으로 파생된 충청의 정치시계는 항상 정치적 변방에 머물렀다. 지역정당과 정치인들은 ‘충청도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댔다.

양병정치 못하고 밥그릇 매달린 정치권 각성해야
변방정치 멈추고 1분 1초 앞 내다보고 설계할 때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새로운 정치를 약속하며 시계태엽을 감지만, 결국은 전진 없이 제자리로 돌아와 이를 반복하는 정치를 ‘태엽감기 정치(politics of clockwork)’라고 한다.

이들은 총선이나 대선 전 충청도가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라며 지역민을 선동했다. 그러다 선거가 끝나면 정권을 쥔 사람들처럼 등 돌렸다. ‘양병(良兵)’은커녕 허송세월했다.

제 밥그릇 빼앗길까 두렵고 불안해 임기 내내 자리보전만 몰두하다가 선거철이 되면 ‘그 나물에 그 밥’처럼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와 요란 떨기에 바빴다. 이런 병적(病的)인 현상은 4년 후, 5년 후마다 재발했고,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은 지금도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굵직한 선거 때마다 충청도가 각 정당과 후보들의 전략적 요충지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핫바지’ 소리를 들어온 역사적 배경에는 지역 유권자를 단순히 ‘표(票)’로 취급한 기득권 정당·정치인들만큼, 패배의식에 젖어 무위도식(無爲徒食)한 지역 정치권 탓이 크다.

이제는 정파를 떠나 시대를 이끌 인물을 찾아내 성장시키는데 정치적 생명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올해 6월 지방선거는 충청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참신한 인재들의 각축장이어야 한다.

올해 지방선거, 충청너머 대한민국 책임질 인재 각축장
안희정·이완구, 선수든 감독이든 정치 버팀목 역할 필요

물론 충청도에 인물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가뭄에 콩 나듯’ 귀한 인물이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이다. 이 전 총리는 지역이 만들어낸 인물이긴 해도 ‘정치 신인’은 아니다. 안 지사는 ‘새 인물’로 평가할 순 있어도 지역이 길러낸 인물로 보긴 어렵다.

지역과 인물을 구분해 따지려는 게 아니다. 수십 년 간 대한민국 정치를 주도해온 영호남의 패권정치를 끝내고 충청 정치시대를 열자는 주장도 아니다.

이 두 사람이 정치적 변방에 머물러 있는 충청도를 대한민국 정치 중심에 가깝게 가져다 놓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이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펴는 버팀목이어야 한다. 그것은 본인 스스로 선수로 뛰면서 이룩할 수도, 감독이나 코치 같은 조력자로도 가능하다.

 

 

지역 언론, 부채의식 갖고 미래지향적 방향성 제시
정치 신인 및 인재 양성 토양 마련 위한 필력 갖춰야

그런데 지역 언론은 안 지사와 이 전 총리가 6개월 뒤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두 사람의 싸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두 사람이 정면 대결하면 지는 쪽은 한동안, 아니면 다시는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할 수 있다.

지역 언론 역시 충청도 정치시계가 정상 작동하지 못한 데 따른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 때문에 이들의 ‘맞장’을 부추기기보다 신구(新舊)의 조화로 지역 정치가 1분, 1초 앞을 내다보고 갈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 신인과 인재들이 올곧게 자랄 수 있는 비옥한 정치적 토양 마련을 위한 필력도 갖춰야 한다.

60년 만에 온다는 '황금 개띠' 해인 무술년(戊戌年)이 밝았다. 변방정치를 멈추고, 미래 60년 충청정치를 설계하려면 지역 정치권과 언론의 책임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한해다. 시침과 분침이 움직이지 않는 시계는 고장 난 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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