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황인방 순풍산부인과 원장

우리나라가 경제의 회복도 중요하지만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신생아 출산이 지난해 40만 명에서 올해에는 36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는 100년 쯤 후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종족’이라는 유엔의 보고서가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아서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가 산부인과를 시작했던 80년대를 생각난다. 당시 우리나라는 자녀 2명 낳기 운동을 하더니 1명이면 족하다고 하다가 나중엔 한집 건너 하나 낳기로까지 구호가 바뀌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열심히 홍보했다. 예비군훈련 가서 정관수술을 받으면 훈련을 면제해주기도 했다. 

그 시절 필자의 생각은 정부정책과 달랐다. 산아제한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말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정부에선 산아제한정책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홍보했다. 산부인과의원을 개원해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가까운 일본은 당시에도 산아제한이 아니라 출산정책을 펴고 있었다. 미래를 대비하고 있었다. 

일본은 당시 아기를 낳으면 30만 엔을 주었다. 우리 돈으로 300만원이다. 그것은 한국인 유학생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을 하고 있었는데 300만원을 받으면 비행기 타고 한국에 와서 애기 낳고 산후조리까지 하고 돌아가도 돈이 남았다. 그 시절 우리와 인구증가율(1.17명)이 비슷했던 프랑스는 지금 1.93명의 출산율로 올랐다. 인구 문제도 국가에서 어떻게 이끌어 주느냐 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임신 사실을 신고하면 124만 원의 출산준비금이 나온다. 임신 이후 출산 때 까지는 비용이 모두 공짜다. 아기를 낳으면 3살 때까지 매달 최대 25만원씩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기저귀와 분유값이다. 애기도 국가에 등록된 베이비시터가 맡아서 키워준다. 세계 제일의 복지 국가인 스웨덴은 부모는 자녀 당 480일의 육아휴직을 쓸 수가 있다. 

우리 정부는 2006년부터 5개년 계획을 세워서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3차계획을 시행중이다. 지난 12년 간 저출산 대책을 위해서 쏟아 부은 돈이 124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막대한 돈을 들이고도 출산율은 1.17명으로 떨어져 있다. 올해에는 1.12명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출산정책은 너무 형식적 

우리나라는 출산정책이 너무 형식적이다. 말로는 인구가 걱정이라면서도 효과를 낼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산모들의 피부에 와 닿을 만한 정책을 볼 수 없다. 임신하면 국민행복카드로 50만원을 준다. 내년 7월부터는 0-5세 아동이 있는 가정에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된다. 이 돈이 출산을 결심하는데 얼마나 큰 동기부여가 될지는 의문이다. 

지금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산을 하면 아예 1000만원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1000만원 때문에 출산 계획을 새로 갖는 부부 과연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나라에서 키워준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구 문제도 정부의 재원 문제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물론 쉬운 문제는 결코 아니다. 

사회 경제 전반에 심각한 문제 가져오는 인구 감소

인구 문제는 경제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문제점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23일 통계청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신생아 출산은 상반기 18만 명이라고 한다. 후반기에 잘 하면 36만 명이 태어날 것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데 신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떨어진 것은 1960년 이후에 처음이라고 한다. 6.25전쟁 중에도 50만 명이 태어났다. 

인구 감소는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온다. 인구가 줄면 모든 게 줄어들게 돼 있다. 벌써 학원가는 물론이고 대학조차 인구 감소의 후폭풍을 겪고 있다. 복지문제도 인구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엄마 혼자서 직장, 육아, 가사의 일을 하다 보니 ‘독박육아’로 생각되어 산후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도 출산을 기피한다고 한다. 출산을 결심하는 여성들에게 삶의 여유를 줄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직장과 육아에 시달릴 것을 걱정하는 여성은 임신을 결심하기 어렵다. 과거처럼 출산과 양육은 개인의 문제가 분명 아니다. 정부가 적극 돕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인구 문제를 위한 보다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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