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맛집>진월당(대전 유성구 봉명동 도안6단지 센트럴시티 610동 앞)

100% 국산 팥으로 만든 명품팥죽 인기  전라도식 깍두기. 배추겉절이 별미 

22일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동지(冬至), 동짓날엔 꼭 한 번은 챙겨 먹어야한다는 소울푸드(Soul Food) 팥죽은 우리나라 전통음식으로 예로부터 팥의 붉은색이 귀신을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동지에 먹었다.

명품팥죽
국산 팥으로 만든 명품팥죽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진월당’(대표 진희임60)은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쏟아내는 죽과는 달리 100% 국산재료를 사용해 옛날 전통방법으로 만드는 팥죽전문점이다. 레스토랑을 연상케 하는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팥죽은 만드는 과정 그 자체가 모두 정성이 없으면 안 된다. 팥죽으로 만들기까지 과정은 단순하지만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명품팥죽(9000원)의 원료인 팥은 광주 등 전라도에서 생산된 팥을 사용한다. 팥을 30분 삶아 껍질째 맷돌기계에 갈아서 팥죽을 끓인다. 팥죽은 밥알 대신에 새알이 들어간다. 새알은 찹쌀을 불려서 가루를 만들어 손을 치대 동그랗게 만든다. 특히 일부 업소에서 팥을 빨리 풀어지고 걸쭉한 맛을 위해 소다와 감자전분을 넣기도 하지만 이곳은 팥 이외에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먹어보면 금방 안다.

팥죽은 죽은 부드럽고 담백하다.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아픈 속을 달래고 편안하게 해준다. 푸짐하게 들어간 쫀득쫀득한 새알심의 식감 역시 좋다. 팥죽 한 그릇에 피곤함으로 움츠려 있던 몸이 사르르 녹는 듯하다. 모든 재료는 100% 국내산 재료를 사용한다. 그래서 그런지 팥죽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호박죽
전남 해남 늙은 호박으로 만든 호박죽

전남 해남산 호박으로 만든 호박죽 보약 먹는 기분. 터지에서도 찾는 명소

팥죽의 생명은 농도다. 죽은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너무 되면 밥 모양이 나오고 너무 묽으면 풀이 되기 때문에 예전부터 죽 쑤는 것이 밥하는 거 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오죽하면 죽 써서 개준다는 말이 나왔겠나. 이집 팥죽의 농도는 나름 비법의 노하우로 언제나 먹기에 편하다.

보통 팥죽은 팥물을 가마솥에 한꺼번에 끓여내는데 이곳은 주문을 하면 프라이팬에 그때그때 저어가며 졸여 손님상에 낸다. 취향에 따라 설탕과 소금을 넣으면 된다. 팥칼국수(8000원)는 팥물에 칼국수 면과 새알이 들어간다. 팥의 구수한 맛과 국수의 담백한 맛에 새알까지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팥죽에는 직접 담근 배추겉절이와 깍두기가 밑반찬으로 나오는데 맛도 있지만 정갈하고 깔끔하다. 오후3시30분-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며 연중무휴다.

팥에는 각종 비타민과 칼륨,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피로회복에도 좋다.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부족할 수 있는 비타민 B1과 칼륨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칼륨은 나트륨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혈압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연말에 술로 인해서 약해진 장을 가진 분들이 먹기에도 충분히 부드러워 좋다.

팥물
국산 팥

호박죽도 인기 메뉴. 전남 해남에서 올라온 늙은 호박을 껍질 벗겨 15분 정도 삶아 맷돌기계로 갈아 죽을 만드는데 구수하고 진한 맛이 보약 먹는 기분이다. 입구에는 늙은 호박이 쌓여 있어 손님들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늙은 호박은 호박이 늙어서 껍질이 황색으로 변화하여 굳게 되고 씨가 잘 익은 호박이다. 잘 익을수록 단맛이 증가하고 영양성분도 달라진다. 맷돌과 같이 둥글고 납작하다하여 맷돌호박이라고도 한다. 늙어서 좋은 것은 호박뿐이란 말에 백배 공감한다.

늙은 호박은 겨울철 종합비타민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풍부하게 들어 있는 수분과 칼륨은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에 뛰어나 산모에게 좋다. 또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흡수에 뛰어나며 노란색의 베타카로틴은 항암작용을 하는 성분으로 인체의 면역력을 증가시켜 염증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진희임 대표는 전남 함평이 고향으로 친정엄마 밑에서 요리를 배워 일찍부터 요리솜씨가 뛰어났다.1990년 공기업에 근무하는 남편(신원식 씨)을 따라 대전에 정착해서 전업주부로 있었다. 2013년 광주에서 상무팥죽을 운영하는 조카의 권유로 진월당이 문을 열게 된다. 여기에는 직장에 있으면서도 시간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고 있는 남편 신원식 씨도 한몫했다.

전라도식으로 담근 배추겉절이와 깍두기
내부전경

진희임 대표. 정성을 다해 정직하게 만든 팥죽 먹어보면 알아. 팥죽 포장손님 많아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팥죽을 많이 끓여 주셨는데 그 맛을 기억해서 예전방식 그대로 정직하게 100% 국산 팥을 사용해 전통팥죽을 끓여냈어요. 그걸 먹어본 손님들의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식사 시간에는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집이 되었지요. 항상 단골손님들에게 감사하고 변치 않는 한결같은 집으로 남고 싶습니다.”

실제로 식사 시간이 되면 팥죽 먹으러 온 손님과 포장손님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최근에는 타 지역에서 찾는 손님도 많다. 그럴 때마다 직원들의 섬세한 친절함이 돋보인다.

좌측부터 남편 신원식씨와 진희임 대표

죽은 우리의 먹거리 중에서 가장 일찍부터 발달한 주식의 하나다. 죽은 곡식이 부족하던 때 밥 대신 먹었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식량절약이라는 차원에서 죽의 용도가 구황음식으로 편향되면서 가난한 시절, 적은 양의 곡식으로 여럿이 나눌 수 있었던 최적의 메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웰빙식이자 영양식으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죽은 우리와 죽이 참 잘 맞는 메뉴다.
오늘은 진월당의 팥죽을 먹어보자. 명품팥죽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것이다.<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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