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상대국 향한 국민적 공분보다 취재진 조롱 쇄도 이유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취재하던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이 중국 경호 관계자들로부터 폭행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JTBC 뉴스 캡처.

중국 경호원들이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 순방일정을 취재하던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 문 대통령 방중(訪中)은 국빈 성격이고,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공동성명이나 공동기자회견이 없는 정상회담에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졌던 중국 순방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장소에서 터진 폭행사건에 국내 정치권과 여론의 시선은 일제히 대륙(大陸)으로 쏠렸다.

타국에서 자국 기자 사달 났는데 국민 여론 왜 싸늘할까

청와대는 외교부를 통해 이번 폭행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진상조사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한국사진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및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국내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되레 한국 기자들의 처신을 문제 삼으며 야유를 보내고 있다. 명색이 국가 최고기관인 청와대 출입기자들이다. 대통령과 전용기를 함께 타고 간 타국에서 사달이 났는데 공분은커녕 조롱하는 목소리가 크니 어찌된 일인가.

지난 6월 말 문 대통령 미국 순방 때도 한국 기자단은 '결례'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뉴욕포스트>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을 취재하려고 모인 한국 취재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침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게 한국 기자들 현실이지"..대한민국 언론의 '슬픈' 자화상

한국 취재진 폭행사건 관련 기사마다 중국을 향한 공분보다 기자들의 처신을 탓하는 냉소와 조롱을 담은 댓글들이 수없이 달리고 있다. 관련 기사 댓글 캡처.

백악관 집무실 취재에 익숙지 않은 한국 취재진이 두 정상이 앉을 의자 주변을 선점하는 과정에서 소파 하나를 이동해야 했고, 내부에 놓인 전등을 파손할 뻔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외신 기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쓴 소리를 한 이유가 한국 취재진 때문이란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언론에 대한 국내 여론이 좋을 리 만무했다.

한국 취재진 폭행사건 관련기사에는 "백악관에서 사고 칠 때 알아봤다", "통제 무시하던 기레기들 미국에서도 저러더니 결국 중국 가서 정의구현 당함", "왜 옹호할 맘이 안 생길까? 이게 한국 기자들의 현실이지"라는 댓글이 셀 수 없이 달렸다.

대한민국 기자들이 언제부터 '기레기(기자+쓰레기)' 취급을 받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혁명을 겪으면서 켜켜이 쌓인 국민적 불신이 '언론=적폐' 현상으로 발현한 것으로 짐작할 따름이다.

국민신뢰 회복 위해선 언론 스스로 변하고 달라져야

청와대 '풀(POOL)기자단'이라 불리는 기자들은 역대 정부부터 기득권을 쥐어온 집단이다. 특권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새 정부 들어서도 달라진 게 없다.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이 곱지 않은 기본 배경이다. 오죽하면 청와대 게시판에 기자단 해체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빗발치고 있으랴.

현실이 이러니 국민들은 타국 땅에서 자국(自國) 기자가 '얻어맞거나', '놀림 당해도' 상대국을 욕하기 보다 '맞은 기자들'에게 역정을 낸다. '웃픈(웃기면서 슬픈)' 현실이다.

공교롭게도 중국에서 한국 기자들이 수난을 당한 날, 검찰은 국정농단 핵심인 최순실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새벽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3번째 영장 청구 만에 구속됐다. '언론적폐'를 청산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언론 스스로 변하고 달라져야 한다. 기자가 '완장'차고 활보하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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