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최근 대전 지하철 좌석의 ‘임산부 배려 석’에 앙증맞은 곰 인형을 볼 수 있다.

곰 인형은 ‘여기는 임산부 배려석입니다. 저를 안고 앉으시고 내리실 때는 제자리에…˄˄’라고 쓴 쿠션 피켓을 품고 앉아있는 것이다. 임산부를 위하여 참신한 아이디어다.

가기천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의 ‘노약자석’이 ‘경로석’으로 인식되면서 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특히 젊은 임산부가 앉는 데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6년 전 쯤, 대전 지하철에는 두 개 량(輛)에 임산부 전용좌석을 지정하여 의자의 등받이를 분홍색 시트를 붙여 임산부 배려석임을 표시하였고, 지난해에는 좌석 바닥에도 문구를 넣은 스티커를 붙였으나 대부분 남성이나 가임 연령이 훨씬 지난 여성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곰 인형을 놓음으로서 식별과 인식을 쉽게 한 것이다. 모처럼 기분이 좋다.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그 자리에 간혹 나이 드신 분들이 인형을 뒤로 밀거나 안고 앉는 경우는 보였으나, 비어있는 때가 많다. 점점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이 적어지고 있으니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시나 관련 단체에서 적당한 상이라도 주면 어떨까 한다.

지난 해, 대전도시철도공사에서 노약자석 확대에 관한 제안을 모집했을 때, 필자는 본지에 ‘ 전용 칸을 만들고 그 칸은 식별하기 쉬운 밝은 색상으로 디자인하자’는 칼럼을 썼으나 채택되지는 않았다.

이런 연유로 평소 이런 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곰 인형을 보고 당국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한 사람의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이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음을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면 우울한 것은 지하철 역사에서 보게 되는 ‘무임승차 손실비용 보전 촉구’ 홍보물이다.‘무임승차는 가성비 최고의 노인 복지’라는 제하에 지하철 무임수송 증가로 인한 손실이 가중되고 있다며, 2011년 3,645억 원이던 적자가 2016년에는 5,543억 원이라는 그래프와 함께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노후 전동차 교체, 노후시설 재투자 등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옆에는 대한노인신문의‘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손실 국비지원으로 보전이 필요하다’는 기사 스크랩이 실려 있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현실과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우군 역할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날로 무임승차 인원이 증가하고 그 대부분은 노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점점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적자 폭은 커지는데 따라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무임승차하는 이들에게 ‘고마운 줄 알아라’, ‘미안하게 여겨라’, ‘정부 촉구에 힘을 보태라.’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기에 여간 불편하지 않다. 홍보물에도 있듯이 무임승차는 ‘가성비 최고의 노인 복지시책’의 하나이다.

노인들의 활동량을 늘림으로써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도울 수 있게 해주고 의료비를 줄일 수 있으며 지역경제에도 이바지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이만큼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데 열정을 바친 세대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라고 하더라도 무리인 주장이라고 보지 않는다.

노인들은 이왕 다니는 열차에 타는 것이고, 그 때문에 운행 횟수를 늘리거나 열차 량을 더 달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다만 무게 때문에 비용이 더 드는지는 모르겠으나 혼잡도를 더하는 요인은 될 것이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에서 좌석을 두고 벌어지는 노·소 간 신경전(?)은 갈등의 접점이요 생활에서 가장 가깝게 느끼는 현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차제에 혹시 젊은 층에게 어떤 ‘감정’을 갖게 할 수도 있는 그런 홍보물은 과연 적절한지 ‘떫은 감을 씹는’ 기분이다. 노인회, 경로당 등을 통하여 대정부 지원 건의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은 어떨까 한다.

겸하여 무임승차 대상자들은 출·퇴근 시간 등 혼잡할 때는 되도록 이면 승차를 자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출퇴근시간대는 유료화하자는 방안도 나오고, 대상연령을 올리거나 이용 횟수를 정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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