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댐 무너뜨리는 ‘작은 구멍’, 미연에 막아야


대전시가 현직 시장의 궐위라는 충격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다행히 연말 국비 확보전에서 선방하면서 일부 우려를 만회했다.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지만, 차질이 우려됐던 현안사업 예산 상당부분이 반영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기자는 국비확보 같은 굵직한 사안이 아닌 소소한 대민업무에서 시장 공백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불친절'과 '태만'이 대표적이다.

먼저 행정전화에서 들려오던 ‘OOO부서 OOO입니다’라는 자기소개가 들리지 않는다. 공공기관에서는 상당히 보편화 된 모습인데, 최근 대전시청에 문의전화를 걸 때 그 멘트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잘못 걸었나’ 오해할 정도로 어색한 침묵으로 통화를 시작하게 된다. 

취재를 위해 요청한 자료들이 감감무소식인 경우도 자주 접한다. 정보공개청구 같은 방대한 양이 아니다. 그동안 해왔던 행정에 대해 확인하는 차원의 수준이다. 

일례로 기자가 어렵게 구한 통계자료에 대해 ‘기사화 가능 여부’를 통계청에 확인하고 연락 주기로 한 담당 공무원은 일주일이 되도록 회신이 없다. 일부러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또 최근 3년간 사회적기업 지원예산에 대한 자료도 요청했지만 이 역시 4일이 지나도록 답이 없었다. 같은 시기 타 지자체 비교자료를 요청한 정부산하 기관은 다음날 바로 자료를 보내왔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OOO에게 문의해 달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여 있다. 대조적이다.

최근 본사에서 주최한 사진전에서 만난 직원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대전시청 전시실에서 열린 개막식이 끝나자마자 회계과 직원이라며 찾아온 그는 화환을 치우라며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대전에 연고가 없는 사진 작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물며 일반 민원인이 대전시 대민행정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의 시민이라면 대전시 공직사회의 벽은 더욱 두텁게 느껴질 것이다. 

기자가 운이 없어서 정말 엄청나게 바쁜 직원들과, 다소 불친절한 직원들을 연이어 겪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렇게 여기고 싶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까지 모두 불친절한 공무원으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같은 '우연'이 반복된다면,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댐이 무너지는 건 작은 구멍에서부터다. 아직 새 시장을 뽑으려면 6개월이 남았다. 대전시 공직사회가 ‘작은 구멍’부터 막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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