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불편한 진실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는 ‘적폐청산’이다. 출범 7개월을 맞는 동안 ‘정치보복’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되고 있다. 검찰과 재벌에 들이대는 메스는 지난 정부를 향해 ‘이게 나라냐’고 한탄했던 국민 여망을 받들기 충분한 개혁 도구다.

지난해 겨울, 국민들은 광장에서 '검찰도, 언론도, 재벌도 공범'이라고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새 정부 들어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개혁이 시급한 대상으로 이 세 부류를 꼽았다.

그러면 지금 언론은 어떤가. 개혁의 초점은 ‘방송법’에만 맞춰진 듯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출입처에서 행해지고 있는 기득권 언론사의 ‘적폐’는 손 놓고 있다. 아니, 손 댈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적폐 언론' 청산에 정부는 무얼 하고 있나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당장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드나드는 춘추관만 봐도 그렇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질문도 못하는 기자들”이란 ‘주홍글씨’가 새겨진 기자들이 버젓이 출입한다. 그것도 '풀(pool) 기자단'이란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공고히 하면서 말이다. “일제 순사가 독립 이후에도 경찰하는 격”이라는 자조도 들린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회의나 행사 참여는 그들만의 전유물이다. 해외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 역시 그들에게 ‘우선권’이 부여된다. 같은 비용을 내면서도 어떤 기자는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어떤 기자는 민항기를 타고 낯설고 물 선 나라를 이동해야 한다. 이야말로 청산되지 못한 ‘적폐’ 아닌가.

같은 비용을 내면서도 차별을 겪는 부분은 더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 출입하는 30여개 언론사와 기존 언론사 중 풀 기자단에 속하지 못한 기자들은 부스 제공을 받지 못했다. 수개월 째 조명이 어두운 브리핑실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처지다.

출입을 착실히 하면 부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일말의 기대감에 매일 춘추관 출입카드를 찍는다는 기자들은 한숨만 내뱉는다. 기존 기자들도 ‘퇴출’을 막기 위해 열심히 출입카드를 찍고 있기 때문이다. 빈자리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대통령이 광화문 집무실을 쓰게 되면 모두에게 부스가 주어질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 말은, 말 그대로 ‘만약’이다. 참고로, 청와대는 올해 연말까지 출입시스템을 적용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언론사 출입을 금할 방침이다.

역대 정부마다 기자실 '논란'..기자들끼리 해결할 문제?

청와대 출입기자 가운데 풀 기자단에 속하지 못한 기자들과 새 정부 들어 신규 출입하는 30여개 언론사는 개인 부스 배정을 받지 못해 브리핑실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대통령 행사와 해외 순방에서 기존 기득권 언론사에 대한 차별을 호소하고 있다.

춘추관 기자단을 둘러싼 논란은 매 정부마다 이어져왔다. 이명박 정부 때도, 박근혜 정부 때도 있었다.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실에 대못을 박겠다”고까지 했을까. 그런데도 청와대는 출입기자단 문제에 있어 소극적이다. “기자들끼리 해결할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답 안 나오는 기자들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풀 기자단을 뜻하는 ‘상주기자단 해체’ 청원이 진행 중이다. 지난 달 17일 시작한 청원에는 4일 현재 4만 명 넘게 서명했다. 오는 17일까지 20만명이 넘으면 청와대가 직접 답해야 한다. 지금 추세라면 20만명 돌파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20만 건이 넘지 않아도 성의 있게 답하라”고 지시해 답변의 여지는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청와대도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거듭된 논란이 기자단에만 국한된 문제라면 4만명 넘는 국민들은 왜 청원에 참여했을까.

국민이 주인인 국가기관..기자가 소유할 수도, 해서도 안 돼

청와대는 엄연히 국민이 주인인 국가기관이며, 건물 내 모든 기물도 국가 재산이다. 전용기도 국가가 임대했다. 어느 것 하나 기자들이 사적으로 소유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공간이다. 때문에 청와대도 이 문제를 나몰라라 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에서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는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극심한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대다수 국민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갑질과 불공정 거래로부터 중소기업을 지켜낼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인의 버팀목이 되고 언덕이 되도록 할 것이다”고도 했다.

흡사 작금의 청와대 기자단 현실을 비교한 것 같다. 풀 기자단에 속하지 못한 언론사(중소기업)는 아무리 애써도 기득권인 풀기자단(대기업)을 넘어서지 못한다. 한 예로, 비(非) 풀기자는 민항기를 타고 해외 순방을 따라가도 현장 취재는 못한다. 현지 프레스센터에 앉아 풀기자단이 취재한 워딩(wording)을 받아써야한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청원이 보내는 '경고'..언론·청와대, 기득권·불공정 타파해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풀 기자단을 일컫는 상주 기자단 해체 요구 청원이 진행 중이다. 4일 현재 4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내년부터 전용기 탑승은 실적 평가로 매기겠다”고 밝혔다. 최소한 몇 번은 민항기를 타고 다니며 대통령 전용기를 탈 실적을 쌓으라는 얘기로 들린다. 중소 언론사는 부담이고, 대형 언론사에는 유리한 기준이다. 신청자를 받아 '랜덤(random)'으로 뽑거나, 풀기자 그룹과 비 그룹을 구분해 전용기 좌석을 배분하는 것이 더 공정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했다. 사상 초유 ‘국정농단’을 겪으며 “청와대 출입기자란 사실에 자괴감이 든다”고 했던 한 기자의 말이 떠오른다.

이제 기자들 스스로 ‘관행’이란 이름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 그렇지도 않다면, 온라인 공간에서 지켜보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다시 광장으로 뛰쳐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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