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시민구단 재건위한 대전시의 승부수, 과연 통할까

대전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을 향한 지역 사회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1997년 창단되고 2006년 시민구단으로 전환돼 운영 중인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은 위기이자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K리그 2부격인 챌린지 리그에서 꼴찌에 머물렀다. 팬들의 원성은 점점 커져만 간다.

구단주였던 권선택 전 대전시장은 낙마되기 불과 2주전 추락하고 있는 대전시티즌을 구할 적임자로 축구계 원로 중 한명인 김호(72)씨를 사장 자리에 앉혔다. 김 사장은 지난 2007년 대전시티즌 감독으로 임명돼 1년 동안 감독을 맡았던 이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자타가 공인하는 원로 축구인인 김 사장이 시티즌 사장으로 임명됐음에도 지역 축구계는 그 소식이 달갑지 않았다. 물론 전부가 김 사장의 임명 소식에 반대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적지 않은 축구인들이 기대보다는 걱정을 나타냈다.

그런 김 사장이 자신과 함께 대전시티즌을 이끌 감독으로 고종수(40) 수원삼성 코치를 데려왔다. 김 사장과 고 감독간의 관계는 익히 알려져 있듯 김 사장이 사랑하는 제자가 고 감독이다. 김 사장이 수원삼성 감독 시절 만나 대전시티즌에서 인연을 이어갔으며 또 다시 대전시티즌에서 세번째 재회했다.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따갑다. 축구계 원로와 한때 축구계를 흔들었던 이들이 대전시티즌 수장과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는 시선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반대의 시선도 뚜렷하게 공존하고 있다.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유는 10년전 김 사장이 감독직을 물러날 때의 상황과도 맞물려 사장으로 부임한 뒤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독불장군'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다. 또 특정인과 함께 이어오고 있는 행보도 언제나 뒷말을 불러오고 있다. 고 감독도 뛰어난 운동 실력과 달리 종종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

이런 김 사장의 모습은 지역 축구계에서 노골적인 반대에 부딪쳤고, 팬들은 자진 사퇴를 운운하기에 이르면서 집단 반발 조짐까지 보였다. 김 사장은 지역축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부 방향을 선회해 '대리인 소통'을 통해 간접적으로 축구계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취했다. 실제 그동안 일방통행식이었던 감독 선임 과정이 지역사회의 불만이 고조되자 다소 방향을 선회해 감독을 추천받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끝내 김 사장은 팔이 안으로 굽었다. 지역 출신인 박건하를 비롯해 최윤겸, 최진철 등 국가대표 출신의 유명 지도자들이 후보군으로 추천됐지만 김 사장은 고 감독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김 사장과 고 감독 콤비 카드가 탄생하기 까지는 대전시의 묵인이 한 몫 했다. 윤정섭 전 사장이 사의를 표명해 시즌 종료가 가까워오자 대전시는 후임 사장을 물색했다. 지역축구계는 선거공신들의 낙하산 사장 임명을 강력 반대했고 대전시도 이를 감안해 구단 운영 경험이 있고 대전시티즌을 도약시킬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았다. 그 대안으로 김 사장을 낙점했다.

김 사장을 선임할 당시 대전시 입장은 "대전시티즌의 도약을 위해 비전문가 보다는 프로스포츠에 이해가 있는 전문경영인을 모셔야 한다는 구단주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 였다. 하지만 이런 대전시의 입장은 오류가 있다. 김 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전시는 '김호-고종수' 카드를 내세워 대전시티즌 재건을 노리고 있다. 대전시티즌이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뒤 10년 동안 사장 축구인 출신은 없었다. 축구인 출신을 사장으로 임명할 경우 감독과 마찰을 빚을 수 있는 데다 선수 선발이나 경기 운영에 필요이상의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 때문이다. 특히 사장은 재정적인 면에서 구단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관계로 그동안 대부분의 사장은 경영적인 면만을 관여했었다.

하지만 김 사장을 임명하면서 그동안과는 다른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역대 사장들이 경영적인 면을 주력했었다면 김 사장은 경기력을 끌어 올려달라는 것이 대전시의 주문이다. 이를 위해 대전시는 이미 올해 90억에 가까운 시민 혈세를 시티즌에 배정했고, 내년에도 본예산에만 60억 가량을 배정한 상태다.

즉 김 사장과 고 감독에게 대전시는 경기력 제고에 이은 성적 향상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읽혀진다. 적자 운영도 문제지만 구단 성적이 나아지지 않으면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축구인 출신 '사장과 감독의 동행'이라는 현상을 탄생시켰다. 그야말로 대전시티즌의 도약을 기대하는 청사진인 셈이다. "김 사장과 고 감독이 성적을 끌어 올리는 것에 방점을 뒀다"는 대전시 관계자의 귀띔이 방증이다.

다만 이같은 대전시의 승부수는 치명적인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대전시의 바람과 기대처럼 내년 시즌 또는 내후년 시즌 대전시티즌이 도약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김 사장이나 고 감독이 그동안 보여왔던 우려의 모습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대전시티즌은 바람앞에 등잔불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구단 해체를 요구하는 시민 주주들의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미 10년전부터 만성 적자 운영으로 기업으로의 매각을 요구해 왔던 축구계 일각의 주장이 구단 해체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티즌 운명을 쥔 '김호-고종수 카드'가 관심갈 수 밖에 없는 동전의 양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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