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갈등조정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권선택 전 시장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3대 갈등사업’ 트램,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갑천 친수구역 사업 찬반논란이 첨예하다. 

여기에 용산동 현대 아울렛 건립을 둘러싼 지역갈등, 영업구역 확대를 주장하는 택시업계의 반발, 노은시장 상인들의 생존권 확보 주장 등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상태다. 대전시청 주변에 설치된 3~4개 농성장에서 풍찬노숙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할 수 있다. 

권 전 시장 재임시절부터 대전시는 ‘갈등조정 능력이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권 전 시장이 집무실을 떠난 이후엔 ‘갈등만 남고, 중재자가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다. 

물론 이재관 시장 권한대행이 전면에 나서 ‘행정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신분상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책임을 지고 결단하는 선출직의 역할을 대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나 언론, 의회 등을 상대해야 하는 정무부시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시장 부재 상황에서 활동폭을 넓히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김택수 정무부시장이 갈등현안을 풀기위해 시민사회 접촉면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제시할 ‘카드’ 없이 무턱대고 만남을 요청하기도 버거워 보인다. 

그렇다고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자칫 행정에 대한 간섭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높다. 특히, 차기 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국회의원들의 경우 더욱 행보가 조심스러울 것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린 현안에 개입했다가 반발에 부딪힐 경우, 정치적 상처만 입게 될 것이 빤한 까닭이다. 

이쯤 되면, 사실 아무런 해법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일이 촉박하지 않은 갈등사업은 일단 보류하는 것이 현명하다. 내년 지방선거가 시민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후보들이 갈등현안에 대한 대책을 제시할 것이고,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선택하면 된다. 6개월 허송세월 하는 것도 두려운 일이지만, 사회적 갈등이 더 증폭되는 것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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