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거취 논란에 공직사회 및 도민 혼란만 가중, 기다릴 이유 없어

안희정 충남지사의 거취 논란이 뜨겁다. 중도 사퇴 없이 임기를 마무리할 것이란 보도에 안 지사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히며 공직사회와 도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결정했다면 도민과의 약속과 도정 안정화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공표해야 한다. 안 지사 페이스북.

지난 21일 충남도청 출입기자와 함께 안희정 지사가 중도 사퇴 없이 임기를 마무리할 것이란 소식을 단독으로 전했다. 사실 이틀 전 소식통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보를 접하고 이날 아침까지 취재해 대강의 기사는 써놓은 상태였다.

때마침 충남도 고위 관계자가 결정적 근거를 제공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20일) 오후 간부들과 가진 티타임 자리에서”라는 구체적 일시까지 밝혔다. 그것도 국회를 출입하는 충청권 기자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다. “저만 들은 게 아니니까”라는 전제도 달렸다.

상황은 하루 만에 바뀌었다. 안 지사는 연말쯤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한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충남도 고위관계자와 안 지사의 엇갈린 발언은 도민들과 공무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고위 관계자 “도지사에게 임기 마친다는 얘기 들었다”
안 지사 "아직 확정된 바 없다"..'진짜 거취' 논란만 증폭

기자는 22일 국비 확보 요청 차 국회를 들른  안 지사를 직접 만났다. “어제 (임기 마무리)보도가 사실이냐”고 물었다. 안 지사는 “곧 말씀드리겠다. 아직은 모른다.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기자의 질문은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였다. 그런데 안 지사는 A라는 질문에 B를 건너뛴 C라는 답을 했다. 도지사 3선이나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할 거면 “오보”라고 하거나,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맞다”고 했어야 한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여실히 나타난 안 지사 전매특허 ‘모호 화법’이 다시 등장했다.

안 지사는 또 이런 말도 했다. 지방지 보도로 다음 달 거취 표명 전까지 공직사회가 어수선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내 입장과 상관없이 공직사회는 잘 돌아간다”고 말이다. “공직사회는 그런 걸로 안 흔들린다. 어차피 (단체장)임기는 정해져 있고, 선거도 예정돼 있지 않느냐”는 논리다.

"공직사회 안 흔들려"..강변 아닌 궤변처럼 들리는 이유
'진짜 거취' 정했다면 도민 안심·공직사회 안정 시켜야

안 지사가 지난 22일 국비 확보 요청을 위해 충남도 관계공무원들과 국회 의원회관을 들어서고 있는 모습.

공직사회는 흔들리지 않고 잘 돌아간다는 그의 말은 사실일까. 당장 기사가 나간 이후 충남도 정무라인부터 흔들렸다. “행정직 공무원 발언을 믿고 기사를 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고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정무라인 핵심 관계자 워딩이었다. 한쪽에서는 정보를 줄줄 흘리고 다니고, 다른 한쪽에서는 주워 담기 바빴다.

정무라인 관계자 말이 사실이라면 서울까지 와서 지방지 기자들을 죽 앉혀놓고 안 지사에게 직접 들은 거취를 풀어놓은 행정직 공무원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듣기에 따라선 행정직과 정무직 공무원간의 보이지 않는 벽이 발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이 있다. 안 지사 입에서 아무런 말도 안 나왔는데 공무원 입에서-그것도 정무직도 아닌 행정직이-말을 만들어내기란 옷 벗을 각오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파장은 예상대로 컸다. 주변의 가까운 공무원들은 전화로 안 지사의 ‘진짜 거취’를 물었고, 일반 시민들도 여럿 전화를 걸어왔다. 이만하면 “공직사회는 그런 걸로 안 흔들린다”는 안 지사 말은 강변이라기보다 궤변에 가깝다.

도청 공무원들과 도민들은 안 지사가 임기를 끝까지 마쳤으면 하는 사람도 있고, 출마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미 안 지사가 향후 자신의 거취를 굳혔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를 ‘공표’해 혼란을 막아야 한다. “본인을 도지사로 뽑아 준 도민에 대한 예의”가 진심이라면. 김은 샜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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