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임 및 소통 부족에 잇따라 불만 목소리

김호(73) 대전시티즌 대표가 임명된 이후 지역 축구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통속에서 일방통행식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축구계가 이른바 '김호 쇼크'에 빠졌다. 시쳇말로 멘붕이다. 대전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됐지만 그의 행동은 소통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티즌 구단주인 대전시장이 지난 1일 김호 사장을 시티즌 사장으로 임명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시민구단 전환 이후 임명된 사장이 선거공신에 의한 낙하산으로 임명되면서 매번 선거때마다 교체를 반복했다. 정해진 임기는 3년이지만 실제 사장들의 임기는 평균 1년에 불과했다. 일부는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1부 리그(클래식)에서 강등된 뒤 2부리그(챌린지)에서조차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 시티즌 재건을 위해 중장기 마스터 플랜을 꾸릴 수 있는 적임자가 필요했었다. 지난 달 열린 대전시티즌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지역 축구계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던 것 또한 전문경영인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사장의 필요성이었다.

대전시는 지역 축구계 여론을 감안해 김 사장이 프로구단 감독과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데 이어 현재 지도자 및 선수를 육성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꼽으며 적임자로 낙점했다. 10년 전 대전시티즌 감독을 지낸 이력도 일부 참작됐다.

하지만 김 사장의 임명과 함께 대전시티즌이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공석인 감독 선임 과정이 지역 축구계와의 바람과 다른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은 물론, 구단 프론트와의 소통에도 파열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실제 지역축구계는 감독 선임 과정에서 김 사장과 무관한 지도자 인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반대로 김 사장과 관련된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지역 축구계가 수차례 협의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김 감독은 축구계 조언을 아랑곳하지 않고 감독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계에서는 김 사장이 자신이 데리고 있던 이기범 신갈고 감독을 시티즌 감독으로 데려올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또 구단 직원들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팬들과의 대화도 전무한 상황에서 일방통행식 구단 운영으로 축구인들은 물론 팬들도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사장은 전문 경영인을 모셔오고 감독은 소신껏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며 대전시에 요구했음에도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며 "김호 사장이 임명된 뒤 지역 축구계와 소통보다는 자기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며 대화가 안 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축구계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관여되지 않은 사람을 데려오자고 했던 것임에도 하루 아침에 결정돼 일방적으로 통보됐다"면서 "연세가 많아지만 고집에 쎄 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소통과 대화없이 독불장군처럼 모든 것을 혼자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구단 내부에서 조차도 김 사장의 구단 운영 방식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팬들도 "10년전 김 사장이 감독 자리를 물러난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그만뒀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명분도 없이 사장으로 데려와 놓고 이제는 감독도 프로경험이 없는 사람을 데려오겠다고 한다"며 "이런식으로 구단을 운영한다면 자진 사퇴를 요구할 생각"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팬들의 우려스런 목소리는 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 팬들은 "사장 다시 선임해 달라. 내년에 또 꼴찌 예약인가"라며 "진짜 대전시티즌에서 일할 사람이 그렇게 없는가"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는 최근 대전시의회에서 진행된 대전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당시 김종천 대전시의원은 김 사장을 시의회에 출석시켜 "지역에서는 김호 대표가 독불장군식으로 구단을 운영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대전시티즌은 시민구단이며 구단주는 시장이다. 구단을 살리려면 대표와 인연이 닿지 않는 감독이 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축구계에서)제 밑에 관련 안 된 사람이 거의 없다. 현재 추천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며 "좋은 감독을 모셔오는데 많은 돈이 드는데 우리 팀은 거기에 맞지 않기에 조금 낮춰서 (데려)오려고 하니 여러 어려움이 많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지역 축구계를 중심으로 김 사장의 독단 운영 방식에 반발해 사퇴를 요구하는 집단 행동도 감지되고 있어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의 내년 시즌도 청사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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