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전하. 이대로 자리를 떠시면 능 안에 들어간 자들이 모두 밖으로 나오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시황제 폐하의 능묘에 대한 비밀이 유지되지 않사옵나이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지금 황릉 문을 닫아걸고 복토를 함이 옳을 줄 아뢰옵나이다.”
태자가 눈을 들어 상황을 살폈다. 숱한 사람들이 능 안에 들어있는 상태라 조고의 말처럼 그들이 밖으로 나온다면 황릉에 대한 비밀이 새어나갈 것은 뻔 한 이치였다.
그렇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황릉 속에서 죽어가도록 명을 내리는 것은 거북스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2세 황제 즉위를 앞두고 그같이 부담스런 일을 명하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호해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중승상의 뜻대로 하시구려.”
자신은 명을 내리지 않았다고 자위하고 싶었던 것이다.
태자 호해는 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중승상 조고도 호해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었다. 때문에 태자 호해가 자리를 비울 때까지 기다리다 그가 마차에 오르자 명을 내렸다.
“즉시 황릉 문을 닫고 복토를 실시하라.”
조고의 명이 떨어지자 군사들이 우르르 황릉 문 쪽으로 몰려가며 조고의 명을 전했다.
하지만 황릉 문을 에워싼 인부들은 명령에 따를까 말까를 망설였다. 자신들이 알기에도 숱한 사람들이 능 안에 들어 있는데 그들을 산채로 묻으라는 명령에 따라야 할지를 망설였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장작부소 나으리께서도 안에 계시옵니다.”
그러자 조고가 벽력같은 고함을 질렀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 복토를 하지 않고. 어서 서둘러라. 서기가 빠져나가면 시황제께옵서 노하시도다.”
병사들은 눈물을 머금고 아우성 소리가 새어나오는 능문을 굳게 닫았다. 그리고는 수만의 병사들이 일제히 삽질을 시작했다. 그러자 황토 흙은 장강물이 넘치듯 여산릉 입구를 향해 쏟아졌다. 여전히 능속에서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고스란히 문틈을 향해 새어나왔다. 능문을 발로 차는 소리며 손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능문 앞에는 복토가 차츰 쌓여갔고 결국 그들의 목소리도 어느 순간 새어나오지 않았다. 메아리가 점차 계곡 속으로 사라지듯 그들의 함성과 절규와 호소도 희미한 말꼬리를 남기며 여산릉 속으로 스며들었다.
조고는 무덤 위에 나무를 심어 산처럼 위장하고 군사들이 그곳을 지키도록 했다. 때문에 시황제의 장례가 있은 뒤 능으로부터 살아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하여 영생을 살고자 발버둥친 시황제 영정의 꿈은 여산릉과 함께 잠들게 되었다.
그리고 2000여년이 지난 1974년 봄.
우물을 파던 농부들이 병마용의 일부를 발굴함으로써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시황제가 화려한 금동장식을 한 청동마차를 타고 바람처럼 나타났다. 그는 광체가 빛나는 두 눈을 부라리며 천하를 호령할 듯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여전히 장대한 풍체에 금적용 흑포를 늘어뜨리고 수염을 쓸어 올렸다. 주변에는 머리를 세심하게 정성껏 땋아 올린 장군들이 그를 호위했고 숱한 병사들이 도열했다. 말들은 내달리기 위해 코를 벌름거리며 마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창과 칼은 햇살에 번득이고 있다.
영생하기 위해 발버둥 쳤던 진시황의 꿈이 비로소 실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