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마마께옵서 저에게 이를 수가 있단 말이오?”

부소는 뒤따라 들어온 몽염 장군을 보며 울부짖었다.

“공자님. 사자가 가져온 조서를 보고 자결을 하시는 것은 이르옵니다. 황제폐하께서 외유 중에 계시며 아직 태자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폐하께서 저를 보내시어 30만의 병력으로 변방을 지키라 명하시고 또 공자님께는 군을 감독하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기셨습니다. 지금 사자가 편지를 들고 와서 자결하라 하나 어떻게 진위를 알 수 있겠습니까. 다시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음을 확실히 한 뒤 죽어도 늦지 않습니다. 공자님.”

몽념이 울면서 부소를 만류했다.

하지만 그들을 따라 내사로 들어온 사자는 재차 자결을 재촉했다.

“몽염장군. 아버지가 자식에게 죽음을 내리셨는데 어떻게 다시 묻겠습니까? 이것이 그분의 뜻이라면 따르는 것이 자식 된 도리가 아니겠소이까?”

부소는 피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함양을 향해 삼배를 올리고 다시 앉았다. 하염없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이를 굳게 깨물고 하사한 칼로 할복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선혈이 울컥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이를 지켜본 몽염은 분노를 이기지 못해 사자를 향해 고래고함을 질렀다.

“죽음을 각오하고 10년 세월동안 적들과 싸운 결과가 고작 이것이란 말이냐? 만리장성을 완성하느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데. 그 피와 땀에 대한 대가가 자결이란 말이더냐? 원통하도다. 내가 하늘에 무슨 죄가 있기에 허물없이 죽는단 말이냐?”

몽염은 탄식하며 말했다. 그러다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이었다.

"내 죄는 진실로 죽어 마땅하다. 임조에서 공사를 일으켜 요동까지 이어지는 장성이 일만 여리가 되었으니, 그 가운데는 지맥을 끊은 것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나의 죄로다. 죽어 마땅한 죄이로다."

몽염 장군이 눈을 지그시 감고 무슨 말인가를 읊조리고 있을 때 사자와 동행한 장수가 긴 칼을 뽑아들어 그의 목을 내리쳤다. 순식간에 몽염의 피가 비산해 문풍지를 붉게 적셨다.

이로써 평생을 진나라를 위해 몸 바치며 통일대업에 앞장섰던 대장군 몽염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사는 때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공정하지 않았다. 시대의 주인공만을 상징적으로 기술할 뿐 다른 모든 이들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숨겨진 이야기와 많은 영웅들은 모두 화려한 역사의 뒤편으로 무정하게 떠내려갔다.

장강은 동으로 세차게 흐르고

그 푸른 물결 속에

영웅은 스러져 갔네.

부소와 몽염의 목숨을 거두었다는 전갈이 궁으로 향하는 행렬에 전해지자 호해와 조고는 뛸 듯이 기뻐하며 환궁을 재촉했다.

하지만 이사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충신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데 동조하였으니 천추의 한이 되고 남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일 독주를 길게 들이키며 괴로움을 떨어버리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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