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권선택 시장 재판은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대법원은 14일 권 시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확정지었다. 대법원은 결국 고법의 판단에 손을 들어주면서도 중간에 포럼 활동 부분만을 무죄로 판단해서 파기환송하는 등 ‘시간끌기 재판’을 해온 결과가 됐다. 이번 재판을 보면서 불법선거를 해서라도 일단 당선되고 재판 관리만 잘하면 임기를 거의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도 없지 않을 것이다.

권 시장 재판은 3년 넘게 끌 이유가 없는 재판이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전미래경제포럼’ 활동이 선거운동조직으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는가에 대한 문제였고, 또 하나는 포럼을 위해 모금한 1억6천만 원이 불법정치자금인가의 문제였다. 둘 중에 어느 하나라도 유죄가 인정되면 시장 직위를 상실하는 재판이었다. 대법고법은 포럼 부분과 1억6000만 원 부분 모두 유죄로 봤다. 대법원은 사건의 쟁점을 분리해서 진행하였다. 늑장재판의 서막이었다.

대법원은 사전선거운동은 무죄로 하는 대신, 포럼 부분만 가지고 재심리가 필요하다며 파기환송하면서 고법에서 다시 재판할 것을 주문했다. 작년 권 시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을 때 한 법조인은 “대법원이 이해하기 힘든 재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의 쟁점이 여럿일 경우 그 중 하나라도 유죄가 인정되면 유죄라고 보는 게 상식인데 사건을 쪼개는 방식으로 재판일정을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번에 결국 1억6000만원 부분까지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사건을 쪼개는 수법으로 재판을 고의 지연해왔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재판은 사건의 진위를 가리는 재판이 아니었다. 한쪽에서 돈을 주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재판은 아니었다. 문제의 1억6000만 원은 피고 측도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돈이 왜 불법정치자금이냐는 항변이었다. 그러나 1심(지법)에 이어 2심(고법) 첫 재판 때도 불법으로 보았고 파기환송심에서도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3번 모두 유죄 판단이었다. 이 부분은 사건의 진위에 대한 판단의 문제도 아니고 난해한 법리 문제도 아니었다. 대법원은 답이 뻔한 문제를 가지고 또다시 1년 넘게 끌었다. ‘사건 쪼개기’에 이은 또 하나의 심각한 의문점이다.

권 시장 재판은 상식에서 너무 벗어난 재판이었다. 이런 식의 재판은 불법선거에 대한 경각심보다 불법선거를 해도 법원만 잘 관리하면 임기를 거의 채울 수 있다는 요행심을 갖도록 부추길 수 있다. 선거재판에 대한 고의적 ‘늑장 재판’은 대법원의 봐주기 수법 가운데 하나다. 과거 정치인들은 불법으로라도 일단 당선만 되면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었다. 그래서 불법이 더욱 판치는 악순환을 낳았다. 지방자치단체장 재판이 이런 식이면 지역 전체가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그런 재판을 막아야 한다는 게 국민들이 한결같은 목소리지만 대법원은 여전히 20년 ~30년 전에 살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