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이뇨, 피부진균을 억제하는 약리작용 탁월

▲송진괄 대전시중구청 평생학습센터 강사.
판소리 동편제(東便制)의 발상지로도 유명한 이곳 소리마을. 당시에 가왕(歌王)이라 불렸던 송흥록(宋興祿)과 명창 박초월(朴初月) 선생의 생가터가 있는 곳. 피를 토하는 듯 구성진 판소리로 민중들을 울렸던 명창의 소리는 녹음기로만 전해줄 뿐이다. 명창의 생가터 뜰에 서 있는 동상(銅像)만이 그분들을 추억하고 있다. 

생가터의 텃밭 울타리를 따라 자줏빛 물감이 든 댑싸리가 줄을 지어 서 있다. 참 오랜만에 보는 풀이다. 이미 단풍이 들어 색이 변한 것이다. 누가 씨앗을 뿌리지 않았는데도 봄이 되면 담장이나 밭가에 저절로 싹이 나고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던 풀로 빗자루로 쓰던 식물이다. 씨앗이 여물 무렵에 밑둥을 잘라내면 아주 쓸모 있는 빗자루였다. 시골에서는 부엌이나 섬돌에 흔히 얹혀있던 조그만 빗자루로 요긴하게 쓰였다. 그렇게 싸리비를 대신한다하여 대싸리라고도 불렀다. 

댑싸리는 명아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초본식물로 키는 1미터 정도이다. 뜰에 심던 것이 들로 퍼진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 각지에서 자라며, 줄기는 처음에 녹색이었다가 붉게 된다. 잎은 어긋나고,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하다. 꽃은 7∼8월에 연한 녹색으로 피는데, 잎겨드랑이에 몇 개씩 모여 달린다. 

한방에서는 댑싸리의 열매를 가을에 성숙하였을 때 채취하여 건조한 씨앗을 지부자(地膚子)라 하여 약재로 쓴다. 한의(韓醫)자료에 의하면 이뇨(利尿) 또는 피부진균을 억제하는 약리작용이 있다. 방광열(膀胱熱)로 인한 배뇨장애, 소변을 자주 보지만 시원하게 배설이 안 되는 증상에 탁월한 반응을 보이며, 이뇨(利尿)작용이 현저하여 방광염, 요도염, 신장염 등에 효력을 보인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어린잎을 식용하기도 하였으며, 종자를 약으로 썼다. 특히 임신 중에 소변을 못 보는 증상에 사용했으며, 오줌소태에 많이 이용하였다. 

이 식물은 작은 키의 가느다란 가지에 수많은 줄기를 달고 그 위에 씨앗을 촘촘히 달고 산다. 이파리도 많아 작은 숲을 이룬다. 그래서 옛날에는 화장실 앞에 댑싸리를 심어 가리개 역할을 했지 싶다. 또한 무성하게 자란 잎은 작은 대나무 숲과 같아서 댑싸리로 불렀다고 한다. 마당 한구석에 심어두면 푸르른 시원함이 관상용으로도 그만인 풀이다. 누가 그렇게 만들어 준 것처럼 둥그렇게 자라는 모습이 예쁘다. 

풀꽃시인 김종태님의 댑싸리 시(詩)가 생각난다. ‘줄기는 하나인데 가지는 백 개가 넘고, 가지마다 이파리는 수백 개가 된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욕심도 너무 많다. 한여름 쌓아 올린 욕심, 그 욕심 때문에 찬이슬 내리면 냉큼 뽑힌다. 거꾸로 매달려 온몸 부귀영화 다 풍화된다. 지게작대기로 두들겨 맞아 나머지 욕심을 다 털린다. 앙상한 뼈만 남으면 드디어 겸손한 비짜루가 된다. 자신의 흔적들을 싸악싸악 쓸어버린다.’ 시인의 섬세한 감성과 적절한 표현이 솔깃하다. 

명창(名唱)의 고즈넉한 생가(生家) 터는 잦아든 풀잎들이 퇴색하여 그 쓸쓸함을 더한다. 생전의 육성(肉聲)만이 스피커를 타고 귓전을 울리며 그분의 목소리를 짐작케 한다. 소박한 몸짓으로 시나브로 자라 바닥이나 쓸던 댑싸리. 몽당 빗자루가 되면 서슴없이 아궁이로 들어가 몸을 살랐던 풀. 누구의 관심 없이 울타리나 담장 아래 서 있던 풀도 이렇게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댑싸리는 명아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초본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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