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호해는 시황제의 순행길에 동행한 뒤로 회포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혹 시황제가 찾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긴장상태를 유지했다. 게다가 마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이동 중에 회포를 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황제 외에 누구도 여색을 가까이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숨어서 즐길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적발된다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마차 속에서 요란스럽게 논다는 것도 문제였다. 그러다보니 늘 긴장 속에서 살았다. 그러던 차에 평대관에 거처를 정하자 호해는 그제야 회포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이동하는 가운데 눈여겨본 궁녀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였다. 순행에 동행한 나인들은 모두 시황제의 소유이므로 손을 대서는 안 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측실 내관을 불러 기별을 넣었던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방으로 불러 일을 벌일 심산이었다.

문 앞에 내관 2명을 세우고 막 일을 치를 판이었다. 개미처럼 가는 허리에 백옥 같은 속살을 드러낸 계집을 품자 고된 세월이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늘 맛보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즐거움이 또 있을까를 반문했다.

발가벗긴 계집의 몸을 안고 뒤칠락 앞치락 하며 어둠을 향해 촉수를 내밀었다. 삭막한 듯 하면 노긋노긋하고 젖은 듯 하면 수풀에 쌓인 곳을 오갔다. 계집이 자지러지는 소리를 토할 때마다 그녀의 입을 한손으로 가리며 숨을 죽였다.

막 동문으로 말을 몰려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공자님 안에 계시오니까?”

낭중령 조고의 목소리였다. 호해는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계집은 알몸에 치마저고리를 들고 뒷문으로 줄행랑을 쳤다. 늦은 밤이라 천만 다행이었다.

그가 막 윗저고리를 걸치려는 참에 조고가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조고는 호해의 방을 에워싸고 있던 모든 내관들을 대문 밖으로 내치고 단둘이 방 한가운데 앉았다.

“폐하께옵서 찾으시면 어쩌려고 낭중령께서 이곳까지 오셨사옵니까?”

호해가 자신을 찾아온 조고를 보며 물었다.

“다급한 일이 생겼사옵니다. 소신이 어떤 말씀을 올리더라도 놀라지 마시고 귀를 가까이 주십시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조고는 다시 방문을 열고 동정을 살핀 뒤 호해의 귀에 입을 가져가며 말했다.

“시황제 폐하께옵서 조금 전 붕어하셨사옵니다.”

“뭐라고요? 아바마마께옵서…….”

호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양이처럼 눈을 호동그랗게 떴다. 조고는 손으로 호해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말을 계속했다.

“목소리를 낮추십시오. 누구라도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아니 될 것이옵니다.”

호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멎을 듯이 콩닥거리고 있었다. 맥동소리가 방아질 하듯 유난히 크게 들렸다. 호흡을 가다듬지 못했다.

“시황제 폐하께옵서 유서를 남기셨는데 그것을 소신이 가지고 있사옵니다.”

“황제폐하께옵서 유서를 작성 하셨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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