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공원은 인구 150만 대도시의 도심공원이다. 이 공원을 훼손하면서 2300세대나 되는 대형 아파트단지를 넣어도 되는지 여부는 시민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이 사업의 이해 관계자들을 빼면 대도시의 ‘도심 허파’를 훼손하는 데 찬성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민원인들의 희생만 강요할 수는 없다. 신중한 접근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대전시는 그렇지 않았다. 도시공원 관련법 일몰제로 규제가 풀리면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명분 하나로 대안에 대한 고민도 없이 아파트사업부터 추진했다. 행정은 법과 현실의 싸움인 경우가 많다. 대책과 무대책의 갈림길에 서는 때가 잦다. 대전시 결정에는 그런 고민의 흔적이 없다. 오히려 생각지도 않았던 ‘떡’이 생긴 것처럼 여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냥 두면 난개발이 예상되는데 대책이 있느냐?’는 핑계만 대면서 마치 아파트사업자 같은 태도를 보였다.

난개발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대전시가 난개발 방지를 명분으로 추진하는 아파트 사업은, 이 사업을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민간업자의 난개발보다 훨씬 심각한 ‘진짜 난개발’이다. 시가 앞장서서 하는 사업이니, ‘공영 난개발’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전시 전체를 놓고 보면 도심 공원에 대형 아파트단지는 넣는 것 자체가 대전시 전체 도시계획 차원에선 거대한 난개발이다. 아파트를 넣어야 할 땅은 놀리면서 한 그루 나무라도 더 심어야 할 도심공원을 훼손하며 아파트 단지를 넣은 것이야말로 심각한 난개발이다. 도안신도시에 이미 아파트 부지로 개발 해놓은 땅이 놀고 있는 데도 도심공원을 훼손하며 아파트를 짓는 꼴이다.

이런 정도의 상황이면 시의회라도 나서야 맞다. 대전시의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기관인가? 민선6기 들어서 유성복합터미널사업 중단사태, 상수도 민영화 추진, 도시철도 채용비리 등 비상식적인 사건들이 잇따랐는 데도 시의회는 오불관언이었다. 마치 다른 도시의 시의회가 같았다. 월평공원 문제에 대해선 시민 참여까지 막고 나섰다. 시의회는 월평공원 문제에 대한 공론화 안건을 부결시켰다. 

시의회가 그동안 제역할을 해왔다면 월평공원의 아파트 사업 문제에 대한 공론화 추진은 필요가 없다. 시민들은 시의회에 그런 문제들을 검토해서 결론을 낼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그게 지방자치의 목적이다. 시의회는 중요 현안마다 남의 일처럼 외면해 왔다. 그러면서도 이번엔 시민들이 직접 나서는 데는 반대한다. 대전시의회는 도대체 누구의 시의회인가? 시민들의 시의회인가, 아니면 시장의 시의회인가? 시의회의 전력(前歷)을 보면 이런 의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시장 거수기 노릇과 무능은 대전시의회의 전통으로 굳어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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