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난생 처음 1등과 '기자정신'에 대하여

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 취재기자 보도신청 안내문. 국회 미디어담당관실 제공.

나는 기자다. <디트뉴스> 정치행정부 소속으로 국회와 청와대를 출입 중이다. 천안에서 서울로 출퇴근한 지 3년째다. 몸은 고되지만 실업대란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데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12년차 기자다.

오늘(6일) 국회에서는 오전 9시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회 연설 취재기자를 선착순 모집했다. 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은 8일 오전 11시로 잡혀 있다. 하지만 출입 비표가 없으면 본회의장 취재는 불가능하다.

아침 첫 차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천안아산역에서 출발하는 KTX 첫차 시간이 6시25분. 서울역에는 7시가 넘어 도착한다. 국회까지 이동하면 어림잡아 8시는 될 것 같았다. 늦는다.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서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새벽 1시 남짓 지나 서울역에 내렸다. 역 근처 모텔에 들어가 몇 시간 눈을 붙였다. 5시에 일어나 씻는 둥 마는 둥 나와 택시를 타고 국회로 달렸다.

기자실에서 취재신청서를 출력해 제출 장소인 미디어담당관실에 도착하니 시간은 6시1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이내 한 여기자가 쭈뼛쭈뼛 내 옆을 서성였다. 나와 같은 목적으로 왔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났을 때 미디어담당관실 복도는 긴 줄이 늘어섰다. 오전 9시, 나는 첫 번째로 취재신청서를 냈다.

6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 국회 연설 취재 신청을 하려는 기자들이 국회 미디어담당관실 앞 복도에서 줄지어 앉아 있다.

살면서, 1등이란 걸 해본 기억이 없다. 공부도, 운동도. 상대가 있는 경쟁에서 1등을 한 건 그야말로 난생 처음이다. 10년 넘게 기자생활 하면서 오늘만큼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왜 이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던가. 감히 ‘기자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25년 만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은 1993년 7월 10일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24년4개월 만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대한민국 국회 연설은 이번 아시아 순방 국가 중에서 유일하다. 그 현장에 서고 싶었다.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나 싶었다.

내 기자정신을 자극한 사례도 있었다. 내일(7일) 청와대에서 있을 양국 정상의 공동언론발표문이다. 취재는 풀(POOL) 기자단 중심의 극소수로 제한했다. 난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국회는 선착순으로 취재기자를 뽑는다. 의지만으로 가능했다. 청와대에서 얻지 못한 기회를 국회에서만큼은 얻고 싶었다.

누가 그랬다. “기자는 겸손해야 한다.” 오늘만큼은 나 스스로를 격하게 자화자찬하련다. “1등 축하해. 고생했어.”라고. 그리고 25년 만에 대한민국 민의의 전당에 서는 미국 대통령 연설을 현장에서 생동감 있게 전할 것을 독자들께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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