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의 조작

순간 조고의 심장이 터질듯이 맥동질 했다. 숨이 멎을 것처럼 가쁜 호흡을 내몰았다. 정신이 혼미했다. 정신을 가다듬었다. 변고가 크게 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숨을 길게 내쉬고 잠시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다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시황제의 머리맡에 놓인 편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급히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장자 부소는 서둘러 함양궁으로 돌아와 짐의 장례를 주관하라.”

다급하게 쓴 시황제의 필치였다. 마지막 부분에 서명도 남기지 못하고 붓을 던진 흔적이 여실했다. 마지막 힘을 다해 쓴 유서였다.

부소에게 호상을 보란 의미였다. 그것은 아비로서 마지막 사랑을 그에게 베풀겠다는 의도였다. 고래로 국왕의 장례를 주관하는 장자가 왕권을 이어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장례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권위를 세우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장례가 끝나는 시점에 스스로 왕위에 올랐던 것이다.

조고가 이런 내막을 모를 리 없었다. 보통 심각한일이 아니었다. 시황제의 유서는 장자 부소를 후계자로 명하고 있었다.

만약 부소가 돌아온다면 조고 자신은 물론이려니와 승상 이사 등 현재까지 시황제의 측근으로 있던 많은 군신들이 목숨을 잃고 말 것이란 두려움이 급습했다.

왜냐하면 부소를 변방으로 내쫒는데 일조를 했고 특히 승상 이사는 분서갱유사건을 일으키도록 한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으므로 살아남기 어려운 처지였다.

조고는 한참동안 사념에 잠겨있다 시황제의 편지를 소매 속에 숨기고 마차를 나왔다.

마차를 따르던 위위에게 시황제께서 깊은 잠에 드셨으니 조심스럽게 말을 몰라고 일렀다. 건강상태가 대단히 좋지 않으니 서둘러 평대관으로 모실 것을 주문했다.

위위는 급히 말머리를 돌려 평대관으로 말을 몰았다.

조고는 측근 내관들을 시켜 시황제를 평대관 내전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모시도록 했다.

“위위께서는 소신의 령이 없으면 어떤 누구고 평대관에 접근치 못하도록 하시오. 아울러 시황제 폐하께옵서 위중하시니 이중 삼중으로 경비를 강화하여 어떤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조고는 일단 응급조치를 취하고 내관들에게도 각별히 신경을 써서 시황제의 방을 지키라고 일렀다. 자신 이외의 어떤 누구도 근접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단단히 일러두었다. 다짐에 다짐을 또 받았다.

황제의 편지는 조정에서 사용되는 정식 문건인 새서(璽書)이기에 낭중령 조고의 행부새(行符璽)와 조정의 정식 도장을 찍어야 발송이 가능했다. 때문에 자신이 황제의 서신을 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스스로 자위하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리고는 곧바로 공자 호해를 찾아갔다. 호해는 조고가 평소 법률을 가르쳤으므로 매우 가까운 처지였다. 그는 별도의 방에서 여장을 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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