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대전시낭송인연합회 회장

요즘 어디든 주차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눈에 새로운 혈관이 자라나서 실명 할 수도 있다는 동생과 함께 아침 8시, 둔산동의 안과를 찾았다. 안과에 주차장은 있었다. 그러나 차 몇 대 댈 수 없는 공간이었기에 그 시간에도 이미 꽉 차 있었다. 다른 곳에 주차를 해야만 했다. 근처를 몇 바퀴를 돌았지만 주차를 할 공간이 없었다. 예약 시간은 다 되어가고 마음이 초초해졌다. 돌다보니 병원 앞 아파트 밖 도로에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었다. 그런데 주차 금지 표지판을 세워놓았기에 마음대로 세울 수가 없었다. 조심스럽게 살피니 어떤 아저씨가 거기는 차를 대면 안 되는 곳이라고 하신다. 다른 곳에 겨우 차를 세우고 병원 진료를 받았다.

다음 예약 날짜는 같은 요일, 같은 시간이었다. 병원 앞은 전과 상황이 같았다. 주차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때 주차 금지 표지판이 또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표지판을 치우고 차를 세우면 양심이 찔릴 것 같아서 또 몇 바퀴를 돌아다녔다. 그곳은 소형차는 두 대 정도 댈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곳은 일반 도로가였고 누구나 주차 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래서 차에서 내려 표지판을 치우고 차를 세웠다. 그때 병원 건물 주차요원이 달려오더니 당장 차를 빼라고 하신다. ‘왜 병원 주차요원이 차를 빼라고 하지?’ 일반 도로인데, 누군가가 따로 관리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데, 나는 의문을 품으며 “여기는 병원 건물도 아닌데, 왜 차를 못 대게 하는 거죠?” 했더니 “여기는 외제차 대는 자리에요.” 퉁명스럽게 말하시며 차를 이동하라고 큰 소리를 치신다. 우리의 행동을 힐끔힐끔 보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동생은 창피하니 빨리 이동주차하자고 했다.

‘외제차 대는 자리라고?’ 이젠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에도 그 자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었다. 지금도 당당하게 외제차 대는 자리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급한 사람들 주차도 못하게 막아놨다는 생각이 미치니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주차금지 표지판을 밀어놓고 차를 세우는 것이 찔리는 양심이라면 정해 놓은 차 한 대 주차하려고 다른 차들 못 오게 막는 양심은 도대체 어떤 양심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상처 입었을 것이고 다투었을 것이다. 병원 주차 관리를 하면서 그 앞에 비어있는 도로까지 관리하고 있구나. 따로 돈을 받고(?) 따로 명을 받고(?) 관리해 주는 느낌이 드니 화가 났다. 차를 빼라고 큰 소리 치는 관리원을 뒤로 하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이 장애인이나 임산부, 또는 어르신 등 노약자를 위한 자리였으면 아저씨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참 좋은 일하시는 분이라 생각하며 마음 흐뭇해하며 주위에 선행을 알렸을 것이다.

사람들이 이기적인 마음보다 이타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기를 바란다. 자가 차량을 이용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주차가 힘들어지고 있다. 주차장은 한정되어 있고 차량은 점차 늘어나고 문제가 심각하다. ‘죽음을 부른 골목길 주차전쟁’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주차 전쟁의 위기를 대처 할 수 있는 따뜻한 방안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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