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황제의 건강은 갈수록 악화되어 그해 7월에는 말을 몰아 그를 옮기는 것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말을 빨리 몰 때마다 시황제가 손을 들어 천천히 갈 것을 재촉했다. 몸이 흔들릴 때마다 골이 쏟아지는 것 같았으며 기침이 더욱 거세게 차올랐다.

흔들리는 마차에서 쏟아지는 기침을 참으며 고통을 이겨내는 것은 죽음만큼 이나 큰 고역이었다.

시황제의 마차가 사구의 평대관으로 막 접어들 무렵이었다.

시황제는 스스로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눈이 여러 차례 가물거렸고 간간이 의식조차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흔들리는 천장이 희미하게 보이면 살아있구나 했지만 그렇지 않은 때는 아무른 의식이 없었다. 얼마를 달려왔는지 혹은 날이 밝았는지에 대한 감각도 무디어져갔다.

시황제는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또렷한 의식이 돌아왔을 때 달리는 마차에서 힘겹게 붓을 들어 유서를 써내려갔다.

“장자 부소는 서둘러 함양궁으로 돌아와 짐의 장례를 주관하라.”

큰아들 부소를 태자로 책봉하지 않았으므로 그 에게 장례를 주관하라고 한 것은 황제의 계승자가 부소임을 적시한 것이었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쓸 수가 없었다. 곧바로 정신이 아득하여 그대로 붓을 놓았다. 또다시 그 자리에 쓰러져 가쁜 기침을 쏟아냈다. 온몸을 휘감고 있던 혈관이 불거져 올랐다. 더 이상 붓조차 들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인가를 써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시황제는 마차 바닥을 손톱으로 긁으며 고통을 참으려 했지만 뜻 같지 않았다. 몇 번을 발버둥치다 그만 모든 것을 놓고 말았다. 손아귀의 힘이 빠지고 눈이 감겨졌다. 가쁘게 차오르던 호흡도 어느 순간 아득하게 멀어져 갔다. 모든 것이 허망한 꿈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시황제는 그렇게 눈을 감고 외롭게 파란의 삶을 마감했다.

천하를 통일하고 불사약을 구해 천년만년 살겠다고 발버둥 쳤던 시황제도 범인과 다를 것 없이 만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이때가 기원전 210년. 권좌에 오른 지 37년이 되던 해였다.

 

자정이 다가올 무렵이었다. 늘 그랬듯이 조고는 시황제의 마차 가까이로 다가가 근황을 살폈다. 모든 것이 조용했다. 촉각이 곤두섰다.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직감이 들었다. 마차에 올라 상황을 둘러보았다.

마차 안은 강물처럼 조용했다.

바퀴가 돌부리를 넘는 소리와 말발굽소리 그리고 바퀴가 축을 타고 도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릴 뿐이었다. 그토록 요란했던 시황제의 거친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천천히 어둠속을 기어갔다. 이어 조심스럽게 황촛불에 불을 켜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황제는 자신이 쓴 편지를 머리맡에 두고 몸을 뒤로 벌렁 누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맥을 짚어 보았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눈꺼풀을 까뒤집어 보았지만 흰자위만 드러나 있었다.

코에 귀를 가져갔지만 숨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숨을 거둔 것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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