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남문 앞에 놓인 목재를 북문 밖으로 가져가는 자에게는 상금 10금을 주겠노라.”

물론 남문 앞에는 길이가 석장 정도 되는 나무토막이 놓여있었다. 이를 본 백성들은 그 작은 나무토막을 옮긴다고 10금이라는 많은 돈을 준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때문에 누구도 그 나무를 옮기려질 않았다. 상앙은 다시 방을 붙이고 이번에는 50금을 주겠다고 공포했다. 이는 대단한 금액이었다. 그러자 백성들은 더욱 믿으려질 않았다.

백성들은 도리어 그런 방을 내붙인 상앙을 웃음거리로 생각했다.

“미친 사람 아니오. 나무토막을 옮긴다고 50금을 준다니. 그 말을 누가 믿을꼬?”

백성들은 방을 보고 지나칠 때마다 히죽거리며 비웃었다. 며칠이 지난 뒤였다. 한 사내가 성문을 지나다 이를 보고 나무토막을 어깨에 멨다.

“밑져야 본전 아니겠수.”

사내는 나무토막을 북문까지 옮겼다. 이런 소식을 접한 상앙은 즉시 그에게 약속한 50금을 하사토록 했다. 졸지에 부자가 된 사내는 그것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이때부터 진나라 사람들은 상앙이 공포하는 법률은 반드시 실행될 것이라고 믿었다.

상앙의 기본 법논리는 일형(壹刑)이었다. 형벌에는 차등이 없고 귀천이 없으며 어떤 사회적 신분을 가진 자도 법령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법령을 어긴다면 누구도 예외 없이 동일한 법적용을 받아야 했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몇몇 귀족들이 상앙을 놀리기 위해 태자로 하여금 법을 어기도록 종용했다. 그러자 태자는 그들의 말에 따라 보란 듯이 법을 어겼다. 이런 사실이 퍼져가면서 백성들은 상앙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눈여겨보고 있었다.

상앙은 “태자라 할지라도 예외 없이 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만 태자가 아직 어리기에 태자의 사부인 공자 건과 공자 가에게 형벌을 내림이 마땅하다”며 그들에게 죄를 물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공자 건이 보란 듯이 다시 법을 어겼다. 그러자 상앙은 가차 없이 건의 코를 베는 형벌인 의형을 집행했다.

이때부터 법이 바로 서며 진나라는 강성대국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진효공의 뒤를 이어 시황제에게 현조부가 되는 혜문왕과 고조부가 되는 무왕, 증조부가 되는 소양왕으로 이어지는 동안 숱한 전란이 많았다. 때로 진나라가 쳐들어가기도 했지만 살육을 일삼는 무리들이 쳐들어와 조상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천하통일이 이루어졌음을 시황제는 부인할 수 없었다.

그는 금적용 흑포를 날리며 오랫동안 낭야대에 서서 황해를 굽어보며 때로 혼자 웃고 때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시황제는 낭야대에서 내려오는 길로 온몸에 열이 일고 몸이 어슬어슬 추웠다. 두꺼운 옷을 뒤집어썼지만 한기를 피할 수 없었다. 어의들은 서둘러 처방을 하고 탕약을 달여 올렸지만 그것을 먹어도 몸이 성치 않았다.

매일 접하던 계집도 마다했다. 온종일 평상에 누워있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여러 날을 보낸 다음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거동할 수 있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지금까지 아픈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는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황제는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지하며 서둘러 순행을 마무리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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