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 지다.

열흘 낮 열흘 밤 동안 색출에 나섰지만 성과가 없었다. 현지에서 상황을 보고받은 시황제가 역정을 내며 말했다.

“동군지역에서 운석이 발견되었다면 필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자의 소행일 것이로다. 운석이 떨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이 십리 내에 있는 자들을 모조리 참하여라. 그리고 운석은 연금술사를 불러 불로 녹이도록 하여라. 알겠느냐?”

시황제의 엄명이 떨어지자 동군지역에 또다시 피바람이 불었다. 운석이 떨어진 것을 입에 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변의 많은 백성이 참살 당했다. 군사들은 다만 10세 이하의 아이들은 죄가 없다는 것을 들어 살려주었다. 이 또한 시황제가 알면 큰일 날 판이라 모조리 그곳을 떠나도록 했다.

 

기원전 211년 그해에는 궂은일만 있었다. 시황제는 연일 우울했다. 불로생약을 구했다는 소식은 없고 곳곳에서 불길한 소문만 무성히 일고 있었다. 진원을 찾으려 했지만 그것은 찾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바람처럼 일어난 소문은 발 없이 천리를 내달렸다. 시황제가 곧 죽을 것이라는 둥 혹은 진제국이 멸망할 것이란 말들이 그 소문의 골자였다. 신하들이 백성들의 참수를 걱정하여 낱낱이 보고하지 않았지만 그런 소문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것은 단순한 소문이라기보다 백성들의 염원이었다. 짐승처럼 사느니 죽는 것이 낫다는 논리였다.

얼마나 삶이 고단했으면 그렇게 생각했으랴.

그해 가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관동지역에 나갔던 시황제의 사신이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믐밤이라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이 두텁게 깔려있었다. 사신 일행은 화음의 평서라는 지역에서 하루 밤을 유숙할 계획으로 갈 길을 재촉했다.

사신 일행이 막 산허리를 돌자 멀리 평서가 내려다보였다. 그 때였다. 산그늘에 희끗한 그림자가 버티고 서있었다. 사신과 그를 호위하는 병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대체 누가 감히 사신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반역을 꾀하는 무리들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게 누구냐. 시황제의 사신을 가로막고도 살길 바라느냐. 썩 물렀거라.”

가마를 탄 사신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위엄을 지키려 애썼다.

하지만 그는 좀 체 움직이려질 않았다. 도리어 그들이 멈춰선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는 흰옷을 입고 있었으므로 확연히 형체가 보였으나 얼굴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흰 수염을 날리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도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대가 시황제의 사신인고?”

흰옷을 입은 사내는 묵직한 어투로 물었다.

“그렇소이다 만. 그대는 뉘시기에 이런 야밤에 길을 가로막고 선 것이외까?”

“내 그대와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눌 시간이 없도다. 함양궁에 돌아가면 이것을 황제에게 전하여라.”

야객은 작은 주머니를 사신에게 내밀었다.

“이것이 무엇이기에 나에게 전하라 하시오?”

“그것은 날이 밝은 다음 살펴보면 알 것이니라. 다만 황제를 만나면 이렇게 전하라. 올해 안에 조룡이 죽을 것이라고.”

그 말을 남긴 뒤 야객은 어둠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사신은 물론 그를 호위하던 병사들은 그가 말로만 듣던 신선이 아닐까 추정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신선이라고 말하는 이는 없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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