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신고리 5, 6호기 논란에 부쳐

우리나라의 원전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도 알아준다. 일본과 중국은 우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잘 건설되고 있던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을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중단시켰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국무총리 훈령을 발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참여단의 숙의과정을 거쳐 공사 재개나 중단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3달 전의 일이다.

원자력 전문가들과 알만한 대다수 국민들은 미래 먹거리 산업의 위축과 퇴보를 걱정해야만 했다. 향후 수백 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세계 원전시장을 두고,  최고의 원전기술을 가진 우리가 스스로 건설 중인 원전이 위험하다며 재검토하겠다니 ‘이런 어리석음도 있나’하는 걱정들을 했었다.

물론 원전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측도 안전성 문제 등을 들어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가 4년 동안 검토하고 점검해서 안전성을 확보했다니 이는 지나친 기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엊그제 20일, 3개월 동안을 활동해 온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 471명의 의견을 최종 종합해 발표했다. 오차 범위를 크게 벗어난 결론(찬반 의견 차이 19%)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재개를 정부에 권고하는 한편, 향후 원전 정책의 축소를 요구하는 형식이었다.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원전은 원자력공학만이 아니라 기계·물리·화학·재료·컴퓨터 같은 공학의 주요 분야가 망라된다고 한다. 과학기술과 그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없다. 대신 우수한 인력자원이 있다. 천연자원이 없으니 원자재를 수입해 이를 가공하거나 상품화하여 수출해 먹고 살았다. 이를 우수한 인력과 과학기술이 뒷받침 했다.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과학기술마저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겠는가. 오죽하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 서울대 공대생들이 ‘반지성적’이라는 성명을 냈겠는가. 이들은 “탈원전은 원자력공학뿐만 아니라 공학 전체에 대한 위협이며, 학문이 국가에 의해 위협을 받는 선례”라고 주장했다. 원자핵공학과 는 물론 공대 11개 학과가 모두 참여했던 것이다. 서울대 공대생들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의 심각성을 알았던 것이다.

이제 하늘을 가렸던 먹구름이 걷혔다. 471명의 시민참여단이 정부의 원전 건설 중단이 잘못됐음을 확인했다. 정부는 이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지체 없이 재개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를 더 이상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의 혈세 낭비에 대한 책임도 누군가는 져야한다. 

시민참여단이 함께 권고한 향후의 원전 축소도 국가전력수급계획에 차질 없도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순리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감축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서도 원전 축소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 또 앞으로 전기 자동차나 AI산업 같은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시대가 올 것에도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원전의 조기 축소는 경계돼야 한다. 대체 전력 수단이 확보되는 수준을 감안하면서 축소해 나가야 한다. 아직 청정에너지는 원전만한 것이 없고, 값 싼 전기생산 수단도 원전만한 것이 없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는 확충을 해야겠지만, 너무 과신해서도 안 될 일이다. 신재생에너지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태양광 발전은 광범위한 부지 면적이 소요되고, 납·구리 같은 중금속을 함유한 패널쓰레기가 20년마다 다량 배출-패널의 수명이 20년 정도로 주기적 교체가  필요-됨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또 우리나라와 같이 산이 많은 지형에서 산지에 설치할 경우 비탈면 반사광에 의한 생태계 영향과 농작물 피해, 집중 호우 시의 산사태 발생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녹지공간의 축소 등 자연환경 파괴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풍력도 지속적이고 적정한 속도로 바람이 불어주는 적지-독일이나 덴마크 같은 경우는 초속 10m 정도로 일정하게 부는 북해의 바람을 이용-가 많지 않다. 풍력발전기를 이미 설치한 경우도 이용률이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가 관광길에 대관령이나 다른 곳의 풍력발전기를 보더라도 날개가 멈춰 있거나, 전력 생산을 하지 못하는 속도로 서서히 돌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건설비와 관리비용에 비해 얼마나 효율성이 큰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 마을 가까이 설치한 경우는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풍력은 바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고, 태양광은 햇빛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기대할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되 이를 만능으로 오산하여 국가전력공급계획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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