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가 불로생약을 구하여 영원히 죽지 않는 비법을 찾고 있는 마당에 죽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천대 만대를 이어갈 것 이라고 꿀떡같이 믿고 있는 진제국이 분열된다는 것은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

승상은 장계를 받아들고 눈을 감았다. 손이 부르르 떨렸다.

“승상께서는 어찌하실 생각이오니까?”

낭중령 조고가 고심하고 있는 이사를 보며 물었다.

“생각 중이외다. 낭중령께서는 어찌하면 좋겠소?”

“사실대로 보고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이까?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묵살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겠나이까?”

“그야 그렇지만 이 큰일을 어떻게 고한단 말이오. 그 점을 걱정하고 있소이다.”

“하지만 어쩌겠나이까. 폭풍이 불어와도 사실대로 고할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질 않겠나이까?”

승상 이사는 장계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를 가시렵니까?”

“소뿔도 단김에 빼라고 즉시 보고를 드리는 것이 좋을 듯싶소.”

이사는 그길로 편전으로 향했다.

시황제는 편전 문밖을 건너다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시황제 폐하. 여쭐 것이 있어 찾아뵈었나이다.”

승상 이사가 황제의 앞으로 나가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기에 승상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는고?”

이사의 얼굴은 정말 사색이 되어 있었다. 식은땀을 흘리는지 뒷머리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시황제 폐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동군지역에서 장계가 올라왔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 가당치 않사옵나이다. 하지만 보고하지 않을 수 없어 이렇게 어려움을 무릅쓰고 찾아뵈옵나이다.”

“뭐라? 동군지역의 장계가 가당치 않다고?”

“여기 있나이다. 하지만 내용이 입에 담기 어려워 여쭙기가 두렵사옵나이다.”

시황제는 이사가 올리는 장계를 받아들고 그것을 폈다. 그리고는 단참에 읽어 내려갔다.

“아니 어떤 놈이 이런 해괴망측한 일을 저질렀단 말이냐. 당장 범인을 잡아다 능지처참하도록 하여라.”

시황제의 분노가 순식간에 하늘을 찔렀다. 승상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 시황제의 명을 태위에게 전했다.

졸지에 동군지역이 발칵 뒤집혔다. 군사들이 운석이 떨어졌다는 지점을 중심으로 범인색출에 나섰다. 그것을 보고 가장 먼저 관가에 고한 자부터 불러다 족쳤다. 그리고 차례로 그와 관련이 있는 이들은 모조리 관으로 불러들여 주리를 틀었다. 하지만 모두 모른다는 말뿐이었다. 주변 지역의 민가를 색출하고 수상한자가 있는지 혹은 그런 자가 다녀간 적이 있는지를 조사했지만 시원스런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연이어 일선에서 취조한 내용들이 조정에 보고되었다.

“동군지역에서 발견됐다는 운석은 필시 짐을 능멸하기 위해 꾸며낸 일이렷다. 따라서 별똥별은 떨어진 적도 없었음에도 사악한자가 그것을 핑계로 짐의 죽음과 제국의 분열을 기망한 것이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태위는 범인을 색출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치 않도록 하렷다.”

시황제의 분노는 좀 체 사그라지지 않았다. 도리어 일선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받을 때마다 분노가 가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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