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상 이사가 구상하고 있는 아방궁은 동서로 길이가 311장(약700m) 남북으로 51장(115m) 정도였다. 때문에 조당에는 1만 명의 문무 대신들이 도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또 높이는 3층으로 하여 5장(12m)정도를 올리고 안에서 남산으로 통하는 고가도로를 별도로 만들 계획이었으며 위수를 건너 함양으로 연결되는 장랑도 설계가 되었다.

승상 이사의 계획을 들은 시황제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조속히 그곳에서 집무를 보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황제의 야심 찬 계획과는 달리 민심은 황궁에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특히 갱유사건이 있은 후로 민심 이반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었다. 물론 누구하나 나서서 이런 사실을 시황제에게 고하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신하들은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삼삼오오 모이면 백성들의 노역과 나라를 걱정했다.

“큰일이구먼, 백성들의 불만이 말이 아니외다.”

“하지만 어쩌겠수. 시황제께서 하라시라는 분부가 내려졌는데 거역할 수도 없는 일 아니오이까. 답답할 노릇이오.”

백성들의 불만은 더욱 쌓여갔다.

북으로 만리장성을 축조하고 여산릉과 아방궁을 축조하느라 공역이 끊이질 않았으므로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입바른 소리를 한 장자 부소가 변방으로 쫓겨 가자 백성들은 시황제의 성격이 포악하고 지극히 독선적이라고 쑥덕거렸다.

통일제국을 이룩한 성과에 대한 평가도 시들어가고 있었다. 통일제국이 이루어지면 부강해지고 아울러 살기가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던 백성들은 더욱 늘어난 공역과 세금에 허리를 졸라매며 도리어 지난날을 그리워하였다.

이런 스산한 분위기 속에 한해가 지나가고 새해를 맞았다.

조정의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 대신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시황제의 엄명만을 기다리며 시키는 대로만 할뿐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없었다.

 

대신들은 그러지 않아도 황궁에서 요구하는 공역이 많은데 백성들을 또 다른 곳에 투입한다는 것도 무리였다. 자연스럽게 시황제의 명령만을 따르는 정도에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시황제를 둘러싼 조당에는 그의 비위를 맞추는 이들만이 포진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춘삼월이 지날 무렵 동군지역에 운석이 떨어졌다는 급보가 조당에 날아들었다.

“뭐라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져?”

보고를 받은 승상 이사는 눈을 크게 뜨고 장계를 읽어 내려갔다.

장계에는 지난 그믐밤 동군지역에 큰 별이 떨어져 백성들이 그 별 떨어진 곳을 찾아가보니 아이 머리만한 운석이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그 운석에 “시황제가 죽으면 나라가 분열 된다”는 기록이 적혀 있었다는 것이었다.

승상 이사는 손을 부르르 떨었다. 이를 시황제에게 보고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보고할 수도 없었다. 우선 운석이 떨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불길한 일이었다. 게다가 시황제가 죽으면 나라가 분열된다는 것은 더욱 불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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