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에서 ‘현역 정치인’들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무궁무진하다. 시도지사나 시장 군수 구청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행하는 거의 모든 분야를 선거운동의 수단으로 쓸 수 있다. 두 자치단체장이 서로 상대 기관을 방문해서 특강하는 것도 문제가 안 된다. 행정홍보 수단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것도 때와 장소가 맞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대전시와 서구가 벌인 단체장 교차특강도 ‘때의 문제’가 있다. 권선택 시장은 서구청을 방문해서 구청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했다. 시장 자신의 시정 철학과 주요 정책을 설명하고 구청 직원들과 대화하는 행사였다. 다음날은 장종태 서구청장이 대전시청을 방문해서 비슷한 행사를 했다.

시청과 구청이 협조할 일이 적지 않은 기관인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과 구청장이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이런 행사는 목적이 내년 선거에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임기 초중반이면 몰라도 선거가 임박해오는 상황에서는 잘못된 행사다. 선거운동에 다수의 공무원들이 이용된다는 게 더 문제다. 구청장은 구청공무원을 시장 홍보장에 내보내고, 시장은 구청장 홍보장에 시청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시청이든 구청이든 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 명분이 불분명한 정치인의 행사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 행사장에 동원된 시청 구청 공무원들은 그 시간에 해야 할 일을 그만큼 중단해야 했을 것이다. 공무원들의 진짜 손님인 시민 구민들을 위해 써야 할 시간을 남의 선거운동에 낭비해야 하는가?

단체장의 행정 행위 자체가 선거운동과 구분하기 어렵다. 때문에 선관위는 이런 행사를 단속할 근거가 없다. 그러나 내년 선거를 앞두고 행해지는 ‘단체장의 교차특강’은 누가 보더라도 선거운동이 목적이다. 자치단체장이 부하 공무원들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동원하는 행사다. 대전시와 다른 구청이 이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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