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10년전부터 반복되는 문제점...이제는 매듭지어야 할 때

16일 대전시티즌 발전전략에서 제기된 문제점은 그동안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던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사진은 토론회 모습.

지금은 대전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에 대한 팬들이나 시민들의 한숨이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1997년 창단 된 뒤 한때 FA컵 우승컵(2001년)을 들어올렸고 2000년대 초반 잇따라 FA컵 4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대전시가 축구특별시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대전시티즌의 활약 덕분이다. 한일 월드컵 이후 구단 사무실도 지금의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이전하면서 대전시티즌은 명실상부하게 대전 축구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낙제점이었다. 지역기업인 계룡건설에서 운영을 맡았지만 매년 투자금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일 월드컵 이후 축구붐이 일면서 많은 관중이 경기장에 들어차긴 했지만 대전에 대기업이 없다보니 후원금이 부족해 적자가 일쑤였다. 적자를 타개해보자며 대전시가 나서 시민구단 전환을 추진했고 2005년부터 시민주를 공모한 결과 2차례에 걸친 시민주 공모끝에 2006년 57억원의 자본금을 기반으로 시민구단이 됐다.

그러나 시민주 공모로 모아진 자금은 몇해 안가 적자 메꾸기에 급급해 모두 탕진했다. 이때부터 11년이 흐른 지금에도 같은 상황은 반복돼 매년 적자에 벗어나기 위한 구단의 몸부림은 커져만 갔다. 그러면서 사장은 구단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한 앵벌이에만 급급했다.

문제는 시민구단 전환을 추진하던 시기 이후다. 계룡건설에서 운영할 때는 계룡건설과 관련된 인사들이 사장으로 임명됐지만 민선 3기 염홍철 시장때부터 시민구단 전환이 추진되면서 시장과 관련있는 인사들이 주로 사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민선 4기, 5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민선 6기인 지금도 그렇다.

이는 대전시티즌 성적이 저조할 때마다, 그리고 지방선거로 인해 구단주인 대전시장이 바뀔때마다 사장이 바뀔 수 밖에 없는 원초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게 됐다. 성적이 저조할 때는 그 책임을 묻고, 시장이 바뀔 때는 시장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임기를 보장해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소위 시장 입맛에 맛는 선거공신에 의한 '낙하산 사장'은 더욱 노골화됐다. 그들에게 '대전시티즌 사장'이라는 직함은 스펙과 다름이 아니었다. 시민구단 전환 이후 임명된 사장 중 이런 낙하산 사장은 대다수를 차지한다. 정해진 임기 3년은 인사 서류에만 적혀 있는 임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낙하산 사장들이 재정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했던 것은 아니다. 적자 운영을 보전하기 위해 앵벌이를 했음에도 대전시에서 예산 지원 없이는 적자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때마다 나왔던 얘기가 기업에 매각하자는 주장이다. 실제 민선 4기에는 진로와 한화 등 기업에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을 정도로 대전시티즌은 대전시 입장에서 애물단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낙하산 사장들이 임명된 뒤 구단 운영을 잘하고 성적도 기대만큼 나왔다면 낙하산 사장에 대한 오명이나 기업 구단 추진 등은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낙하산 사장들은 매년 운영 자금을 모으기 위해 기업이나 각급 기관에 찾아가 후원을 부탁했음에도 구단 운영을 위한 돈은 늘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 운영을 위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은 언제나 무용지물이었다. 임명때만 해도 그럴듯했던 청사진은 불과 몇개월, 길어야 1년이나 2년만에 온데 간데 없었다. 다음 사장도 전철을 반복했다.

16일 오전 대전시청에서는 이런 대전시티즌의 현실을 진단하고 발전전략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전문가 토론회가 마련됐다. 대전시티즌과 대전체육포럼, 대전축구협회가 마련한 이 자리는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김명진 대전축구협회장 등 축구 전문가들과 대전시의회, 구단 관계자, 지역 언론계, 그리고 시티즌 서포터즈에서 참가하면서 토론이 진행됐다.

중요한 것은 이날 토론회에서 소위 전문가들이 제기한 대전시티즌의 문제점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중 대부분은, 심지어 구단 내부 관계자도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돼 왔던 '낙하산 사장'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선거공신들이 낙하산 사장으로 오는 것도 문제지만 임기마저 보장되지 않으면서 대전시티즌의 장기적인 계획은 무용지물이 됐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여기에 재정적인 문제도 당연히 나왔다. 매년 대전시에서 50~60억원을 지원하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힘들 정도다. 올해는 본예산과 추경을 포함해 총 89억 5천만원이 지원될 정도. 그럼에도 구단주인 대전시장과 친분으로 취임한 현 사장이 이달말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또 다시 새로운 사장을 물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때문에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기업에 매각해야 한다거나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외에도 유소년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등의 주장도 나왔지만 대체로 그동안 꼬리표처럼 줄기차게 제기돼 왔던 대전시티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재연된 토론회였다.

결국 토론회의 방점은 구단주에게 쏠렸다. 낙하산 사장을 지양하고 기업에게 매각하거나 경영적인 측면에서 경험이 풍부한 경영인을 발탁하자는 주장은 지난 10년여 동안 계속해서 제기돼 왔던 문제이자 구단주인 대전시장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구단주의 결심만이 지금 대전시티즌이 겪고 있는 최악의 위기를 넘기고 '축구특별시'라는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구단 운영에 대해 실망한 지역 축구인들 중 일부는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시티즌을 재건 또는 재창단 수준으로 이끌기 위한 구단주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