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아쉬운 외국인 투수, 희망과 과제 공존
혼란의 선발 로테이션
김성근 감독은 개막 이후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를 축으로 송은범, 배영수, 이태양, 장민재 등으로 선발 마운드를 지키게 했다. 하지만 송은범과 이태양의 부진은 계속 이어졌고 시즌 초반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에 지난 2년 간 처럼 불펜 위주의 마운드 운영을 지속하며 실패를 되풀이하고 말았다. 김성근 감독의 퇴진 이후 지휘봉을 이어 받은 이상군 감독대행은 오간도와 비야누에바의 부상 속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화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특히, 배영수를 축으로 후반기에는 윤규진과 안영명의 베테랑 듀오를 선발진에 합류시키고 2년 차 김재영을 로테이션에 포함시키면서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주었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가 차례로 복귀하면서 배영수, 윤규진, 안영명, 김재영의 6인 로테이션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가 시즌 전 기대했던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선발 로테이션 구성에 어려움을 겪은 한화이글스. 비야누에바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과 삼성과의 벤치클리어링 사건에서 당한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20경기 출전에 그치고 말았다. 13번의 퀄리티 피칭이 있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으며 5승에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오간도가 19경기에서 10번의 퀄리티 피칭으로 10승 5패를 거두긴 했지만 7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가 3경기에 그칠 정도로 이닝 소화 능력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 배영수가 시즌 초부터 꾸준하게 선발 마운드를 지켜줬지만 송은범은 역시 기대에 못 미쳤고 이태양이 부상의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후반기 윤규진, 안영명, 김재영으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진의 활약은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마운드의 정상화를 위한 불펜의 안정된 운영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한화이글스 마운드의 핵심은 ‘불펜’이었다. 하지만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에서는 더 이상 한화이글스 마운드의 핵심이 ‘불펜’은 아니었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최대한 선발로 하여금 이닝을 소화하게끔 하고 불펜진의 운영을 연투와 투구 수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운영을 하였다. 그 결과,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친 경우도 있었지만 지난 2년 간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었던 불펜진이 휴식과 함께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박정진, 송창식, 정우람의 핵심 라인은 철저한 관리를 받으면서 시즌을 치를 수 있었다. 또한, 중고 신인 강승현과 서균, 신인 박상원의 발견과 김경태, 이충호의 좌완 불펜의 성장은 올시즌 한화이글스가 거둔 최대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마무리 정우람의 위력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권혁의 부상 낙마, 심수창, 장민재의 부진은 불펜 운영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희망과 과제가 공존하는 2018 시즌
2018 시즌 지휘봉을 잡을 적임자가 누구인지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3년 간의 마운드 보다 2018 시즌의 마운드는 질적, 양적으로 풍부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물론 외국인 투수 두 자리를 어떤 선수로 메우고 그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가 최대 관건이 되겠지만 적어도 이상군 감독대행이 보여준 마운드 운영의 자산은 2018 시즌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배영수, 윤규진, 안영명의 베테랑 선발진에 3년 차가 되는 김재영, 부상에서 회복된 이태양, 김민우 그리고 올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좌완 김범수까지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가능하다. 또한 불펜에서는 충분한 관리와 휴식을 취한 박정진, 송창식과 부상에서 복귀할 권혁 그리고 올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한화이글스의 마운드를 한층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오늘도 지난 10년의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노력으로 2018 시즌 그라운드를 누빌 준비를 하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