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등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인력 채용 때 해당지역의 대학 및 전문대, 고교 졸업생을 30% 의무적으로 뽑겠다는 정부의 '지역인재 채용 목표제' 실현이 쉽지 않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다. 의무채용 목표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면서도 '지역의 채용규모와 대학 졸업생 수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지역별 사정이 제각기 다른데 일률적으로 채용 의무비율을 정하는 것이 지역 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국토부와 교육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을 개정해 일단 내년에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18%까지 끌어올린 뒤 2022년까지 30%로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었다. 그나마 부산과 대구 같은 곳은 지역인재 채용률이 20%를 넘지만 지난해 충남은 17.3%, 세종 12.6%였으며 충북은 8.5%에 불과했다.

지역 입장에서는 30% 의무채용을 통해 지역대학이 살아나고 지방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전국혁신도시협의회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혁신도시 조성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지난해 35%이상 의무채용 법제화를 요청했다.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90개와 세종시 개별 이전기관 19개 등 109개 공공기관이 그 대상으로 국토부도 혁신도시들의 사정은 다르지만 채용 목표치를 통일시킬 방침이었다. 

하지만 법 개정안에 지역의 형편을 감안한다는 단서가 붙음으로써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학 등과 협의해 지역별로 다른 채용 목표를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대전처럼 대학이 많고 석·박사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석·박사 채용 때도 의무 비율을 적용하면 좋겠고 대전·충남지역 대학생들도 다른 지방대학 출신처럼 지방 이전 공공기관에 취업할 수 있도록 보장 받아야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역인재 의무채용은 지방대 취업 활성화와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허점이 적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해당지역 출신이라도 수도권 대학 졸업자는 자격이 안 되고 서울 출신이라도 지방대학을 나왔으면 지역인재로 우대받는다면 공정치 못하다. 수도권 대학생들도 취업난을 겪는데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우대를 받는 것도 또 다른 역차별이 될 수 있다.

정부기관과 대기업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과도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블라인드 채용은 이력서에 출신학교 및 출신지를 기재하지 않고 얼굴사진도 붙이지 않는데 지역인재에 대해 출신학교와 출신지역을 밝히는 것은 수도권대학이나 지방대 출신을 같은 출발선에서 공정하게 경쟁시키겠다는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두 제도 모두 좋은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지만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일자리 정부라고 할 만큼 일자리정책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까지 걸어두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8월 청년취업률은 9.4%로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아직 문 대통령 취임 반년도 안 돼 성과를 내기는 이르지만 보여주기 식 숫자와 정책보다는 좀 더 치열한 고민과 분석에서 나온 제도여야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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