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이병수 대전청소년수련마을 원장

한 때 세상을 뒤흔들었던 범죄자 중에서 신창원이 있다. 탈옥수로 유명했던 희대의 사람이다. 그는 불우한 환경 탓에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범죄로 인하여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그러던 중 부산교도소의 화장실 쇠창살을 쇠톱으로 자른 후 탈출하여 전국을 신출귀몰하며 강·절도를 일삼으면서 공권력을 비웃어서 경찰관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한편 잡범이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약간의 훔친 재물을 나눠주고 동거녀 집에서 잡혔을 때 입었던 특이한 티셔츠 모양 등의 기행(奇行)으로 인하여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그가 탈주 후 잡혀서 교도소에 재수감되면서 그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썼던 책 중 한 토막을 소개해 본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라고 머리 한번만 쓸어 주었으면 내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야, 이 ××야, 육성회비 안 가져 왔는데 뭐 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라고 소리 쳤는데 그때부터 내 마음 속에 악마가 생겼다.”
(희대의 탈주범 ‘신창원의 907일의 고백’ 중에서)

실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내 부정적인 말 한마디가, 사소한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구렁텅이로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것에 전율이 느껴지지 않는가. 물론 범죄자에 불과한 신창원이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남 탓하기’ 심리 차원에서 핑계를 댄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렸을 적 아이들의 심리와 성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칭찬,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창원이라는 괴물은 본인 스스로 보다도 이 사회가 만든 측면이 크다. 따뜻한 말 한마디의 중요성은 여기에서만 강조되지 않는다. 입적하신 『무소유』의 지은이 법정스님은 ‘저 바다의 둥근 조약돌을 만든 것은 석수장이의 거친 정이 아닌 바다의 잔잔한 파도의 어루만짐 이였음’을 설파하지 않았던가. 사랑과 칭찬의 힘은 그래서 위대한 것이다.

사회가 너무 각박하게 흘러서 그런가. 칭찬하고 따뜻함을 건네는 문화가 빛을 바래서 그런지 남을 칭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가 참 힘들다. 칭찬은 전염성이 강해서 한번 물결을 타면 끝을 보기 힘들 정도라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따스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면서도 오히려 부끄럽게 여겨지도록 만드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필자는 40년 가까운 공직생활 끝에 다시 제2의 삶을 꿈과 낭만 그리고 추억을 만드는 도전, 체험의 요람인 이곳 대전청소년수련마을에서 시작한지 어느덧 두 달이 되어간다. 미래의 주역인 우리 청소년들이 호연지기를 기르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어 이상과 밝은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하는 책무가 내게 주어져 있다.

큰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서 필자는 우리 직원들을 대상으로 긍정적인 말, 칭찬하는 말, 서로 간에 인사를 잘 하자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려 한다. 청소년수련마을 직원 간 화목한 분위기가 대전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로 곧바로 전염될 것을 확신하기에 내 마음은 오늘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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