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는 10월 1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번 조직개편은 새 정부의 주요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소방 등 현장 부족인력 확충을 통해 시민의 안전과 편익을 확보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조직개편의 이유로 시민안전 운운하지만 그보다는 새정부에 코드를 맞추기 위한 목적이 커 보인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일자리정책과’의 신설이다. 시는 “일자리 전담 지원 체계 구축과 총괄 조정기능 강화를 위해 일자리 정책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설이 아니라 부활이다. 2015년11월 대전시는 ‘일자리정책과’를 없애고 ‘일자리경제과’를 만들어 운용해왔다. 채 2년도 안돼 다시 ‘일자리정책과’로 이름이 바뀌는 것이다.

‘일자리정책’이란 용어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상징어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걸어놓고 독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각 시도 지방자치단체도 정부의 일자리정책을 전담할 수 있는 부서를 만들어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일자리정책과’로 이름붙이라는 게 정부의 요구는 아니었다. 대전시가 ‘일자리정책과’로 환원하여 확실하게 코드를 맞춘 듯하다. 모든 시도가 대전시처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충남도의 경우도 아직 조직개편 계획이 없다.

우리나라는 권력이 바뀌면 부처와 정책이 바뀌고 지방에서는 새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추는 후속 작업이 진행되곤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조직개편이다. 말이 조직개편이지 이름만 바꾸는 데 불과한 경우가 많다. 부서 이름이라도 새정부 맘에 들도록 해야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게 지방의 변명이면서 명분이기도 하다.

조직개편은 분명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서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조직 운영 한 수단이다. 사회가 변하고 행정 수요가 달라지면 그에 맞게 행정조직을 개편할 필요도 있다. 대전에 새로 확대 신설해야 할 부서가 있다면 ‘인구과’다. 대전은 인구가 계속 줄면서 150만 명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구 문제는 대전의 거의 모든 문제와 연결된 중대 사안이다.

우리는 중앙이든 지방이든 조직개편이 너무 잦다. 일본 정부가 50년 만에 한번 바꿨는데 우리는 65년 간 30번 정도나 바꿨다. 지방도 지방자치가 도입된 이후로는 조직개편을 밥먹듯 한다. 툭하면 조직을 흔든다. 대전시는 이번에 새 권력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2년 전에 없앴던 이름을 다시 꺼내 부서 간판을 달기로 했다. 지방분권 강화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 아래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부서 이름을 짓는 일까지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대전시 조직개편에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은 아니지만 그에 따른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한 만큼 연말 인사와 겹치면서 조직의 안정성은 떨어지게 돼 있다. 조직개편이 시급한 사안도 아닌데 시가 이렇게 서두른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획기적인 시민안전 대책이 담긴 개편도 아니며 연말까지 늦춰도 일자리정책 업무를 못 보는 것도 결코 아니다. 도대체 누굴 위한 개편인가? 시민도 공무원도 아니다. 있다면 오직 청와대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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