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황선호 동국휀스건설(주) 대표이사

수년 전부터 2017년 10월 달력이 화제였다. 2일 하루를 국가가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장장 열흘에 걸친 연휴를 보낼 수 있다는 여론이 돌았다. 이런 여론을 의식했는지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 10일 연휴가 현실이 됐다.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정부는 여가시간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켜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이끌겠다고 발표했다.

황선호 동국휀스건설(주) 대표이사
일면 설득력이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이는 다분히 관광과 레저 등 소비와 서비스 부문에 한정된 이야기다.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결정을 그리 쉽게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주 5일제 근무 시행 이후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마당에 이번과 같은 연휴 시행은 가뜩이나 지친 어깨를 짓누르기에 충분하다.

정액 봉급 수령자의 경우 일을 안 하고 10일 장기간의 연휴로 즐거운 비명을 지를지 모르겠지만 급여를 주는 쪽을 생각해보면 최악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사정이 넉넉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라면 이번 연휴의 충격은 참으로 크다. 중소건설업을 경영하는 필자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업체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경제침체로 일거리가 없어 고통 받고 있는 중소기업 사업주들에게 이번 연휴는 이래저래 최악이다.

여행사 얘기를 들어보면 외국여행을 나가려는 이들이 넘쳐 사실상 모든 비행기 좌석이 매진됐고, 여행사들은 최대의 성수기를 맞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국내여행도 사정은 비슷해 모든 숙박업소의 예약이 매진상태이고 골프장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 사업주들은 맥이 빠진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지금의 경쟁력까지 올려놓은 분야는 제조업과 건설업이다. 제조업과 건설업이 지금의 이 나라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정책은 언젠가부터 제조업과 건설업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서비스업만을 위한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 서비스업을 살리겠다고 제조업이나 건설업을 몰아붙이면 결코 이로운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아직도 이 나라의 기간산업을 제조업과 건설업이기 때문이다.

한평생 건설업에 종사한 필자는 나라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는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내가 기여한 만큼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큰 자괴감을 느낀다. 한발 더 나아가 천대받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면서 서운한 마음이 가시지 않을 때가 있다. 죽도록 고생해서 지금의 이 상황을 만들었는데 정작 서비스업이 그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으니 서운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소득이 대폭 늘었고 생활수준도 이전보다 크게 개선됐으니 여행도 즐기고 오락도 즐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동안 묵묵히 나라경제를 위해 헌신한 제조업과 건설업 종사자들이 서운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주어야 한다. 보상받지는 못할망정 소외받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내년 추석에는 이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추석을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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