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칼럼] 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부산에서 여중생들이 후배 여중생을 잔혹하게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관련 사진이 SNS상에 퍼지면서 청소년범죄에 대한 관심이 일파만파 확대되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으로 인해 청소년 강력범죄의 처벌수위가 낮은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현행법은 만 14세 이상이 돼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며 그 이하는 ‘촉법소년’에 해당돼 강력범죄를 저지른다 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촉법소년은 범행 당시 형사책임연령인 만 14세가 되지 아니한 소년범으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말한다. 만 10세 미만의 소년범의 경우 너무 어려서 아무런 법적 규제를 하지 않아 형벌은 물론 보안처분도 불가능하다.

만 14세 이상 18세까지의 소년범도 성인보다는 가볍게 처벌한다. 법원 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소년범죄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고, 또 그 범죄의 수법도 갈수록 성인범죄를 흉내 내 흉포해짐에 따라 소년범 처벌 규정을 강화하자는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형사미성년자 규정 12세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 꾸준히 제기

이윤환 건양대 교수·법학박사
현행 형사미성년자 규정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규정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경제성장, 조기교육의 활성화, 방송·인터넷 매체가 발달 등으로 인하여 아동의 정신적·육체적 성장속도가 빨라졌다. 만 14세 미만자의 범죄도 집단폭행·방화·살인처럼 날로 흉포화 되고 있어 형사미성년자 규정을 12세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관련통계에 의하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4대 강력범죄를 저지른 10대는 15,849명으로 연평균 3,169명이다. 이중 14세 미만으로 처벌받지 않은 비율이 15%정도이다. UN아동인권위원회는 형사처분 가능 연령을 12세 이상으로 상향할 것을 권고한 바 있으며, 각국의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캐나다·네덜란드·이스라엘은 12세, 영국·호주·스위스는 10세, 싱가포르는 7세로 규정하는 등 세계 각국은 시대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연령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소년범죄에 가장 엄격하다. 각 주마다 법체계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7세 미만 아동에게 ‘책임무능력 추정 제도’를 적용한다. 반증을 통해 책임능력이 인정될 경우 형사처분을 가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갈수록 저연령화 되는 소년범죄자들이 ‘촉법소년’라는 보호막 안에서 죄의 경중과 관계없이 무조건 관대한 처분을 받음으로써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 다시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영미권 등 선진국에서도 소년범에 대한 온정주의 정책이 청소년 범죄의 확대를 초래한다는 반성이 일면서 엄격주의를 취하고 있다.

반면에 형사책임연령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육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년의 경우 사물의 변별능력과 그 변별에 따른 행동통제능력이 없고, 교육적 조치에 의한 개선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형벌 이외의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14세규정이 높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먼저 10세부터 대상이 되는 소년보호처분제도의 운영을 내실화하기 위해 저연령 소년에 대한 적절한 보호처분이나 보호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소년원의 특성화와 개별화된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형사책임연령 낮추는 방안 외에 소년범 사후 관리 필요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2세로 낮추어 촉법소년을 교도소로 보낸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면 당연히 낮춰야 하겠지만 가정에서도 포기한 청소년들이 길거리에 넘쳐나는 환경에서 어린 청소년을 구치소나 교도소로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 단순히 나이만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죄명에 따라 다양한 처벌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날로 흉포화 되고 있는 소년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형사책임연령을 낮추는 방안 이외에 촉법소년을 비롯한 소년범에 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훈육을 포기한 부모 대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방과 후에는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에 몰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이만 처벌할 게 아니라 재판 과정에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이 함께 참여하여 재범방지를 위한 환경조성이 이루어질 수 있는 대안마련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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