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6선발 체제 확립, 불펜의 경쟁력 약화

2017 시즌 16경기를 남긴 한화이글스는 54승 1무 73패, 승률 0.425를 기록하며 승패 마진 –19로 굳건히 8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다시 3승 3패로 5할 승률을 맞추면서 승패 마진을 유지하는데 만족해야했다. 아쉬운 대목은 지난 주에 당한 3패가 모두 경기 후반에 당한 역전패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산, 기아, NC의 상위 3팀과의 경기에서 연패를 당하지 않고 5할 승률을 거뒀다는 것은 나름의 성공스러운 한 주였다고 볼 수 있겠다. 5위 SK와는 11.5경기차, 7위 넥센과는 10경기, 9위 삼성과는 4경기차를 보였다. 살벌한 중위권(5위) 싸움 속에 한화이글스는 시즌 막판까지 순위 경쟁을 하는 팀들을 상대로 “고춧가루” 부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두산, 기아, NC와 차례로 만난 한화이글스. 험난한 행보가 예상되었지만 오간도, 비야누에바, 김재영, 안영명, 윤규진, 배영수로 구성된 선발 투수들이 제몫을 해주면서 상위권 세 팀과 박빙의 승부를 할 수 있었다. 특히, 한화이글스는 다른 팀들에서 보일 수 없는 6선발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이는 2년차 김재영의 안정된 선발 정착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또한, 오간도와 비야누에바의 외국인 듀오가 확실히 마운드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베테랑 3인방이 자신의 몫을 다해주고 있는 것이 6선발 로테이션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지난 주에 당한 한화이글스의 3패는 순위권 경쟁을 하는 상황이었다면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패배였다. 바로 송창식이 두 경기에서 승리를 지켜내지 못하며 무너졌기 때문이다. 수요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으며 4실점, 금요일 기아와의 경기에서는 안영명, 박정진이 허용한 선행 주자에게 모두 실점을 허용하며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2실점. 연투가 아니었음에도 지난 2년간 그리고 올해에도 역시나 언제나 마운드에 올랐던 그가 시즌 막판에 와서 구위가 완전히 떨어진 모습이었다. 이제 송창식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1군 엔트리 말소가 된 만큼 내년을 위해 송창식에게 휴식을 줄 필요가 있겠다.

아쉬운 경기는 일요일 NC와의 경기였다. 1: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6회말 이성열의 역전 투런 홈런으로 뒤집은 상황이었다. 마운드에는 6이닝을 역투한 배영수. 7회에 이상군 감독대행은 박상원을 올리며 1이닝을 잘 넘겼다. 이제 8회만 넘기면 9회에는 정우람을 등판시킬 수 있는 기회가 온다. 하지만 8회에도 박상원을 올리며 위기가 만들어졌고 결국에는 대량 실점을 당하며 역전,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8회에 김종민, 박민우, 나성범으로 이어지는 타선이었기 때문에 연투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박정진을 투입해서 맞불을 놓았으면 결과가 어땠을지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었다. 중간에서 젊은 선수들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확실히 잡기 위해서는 필승진의 투입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결과론적인 아쉬움을 가져본다. 물론 그 전의 2패도 송창식의 무너짐에 시작된 것이기에 결과론적인 얘기는 한낱 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표면적으로는 3승 3패의 평범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지난 주 한화이글스의 경기력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특히 한화이글스 타선이 상대한 세 팀의 선발 투수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후반기 두산의 에이스 함덕주, 원조 에이스 니퍼트, 기아의 토종 에이스 양현종, NC의 에이스 맨쉽 등이었다. 상위권 세 팀과의 6경기에서 그 팀의 에이스급 선발 투수 4명을 만난 것이었다. 이들을 상대로 오간도와 배영수는 6이닝, 김재영과 윤규진은 7이닝을 소화해줬고 송광민, 로사리오, 최진행, 이성열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에서는 다시 한번 그 화력을 자랑했다. 또한 오선진, 양성우, 김원석으로 이어진 1989년 젊은 트리오는 상, 하위타선에서 고르게 활약을 해주었다. 이용규의 컨디션 난조, 김태균, 정근우, 하주석의 부상 이탈로 인한 공백에도 불구하고 타선에서의 힘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주 한화이글스는 대구에서 삼성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대전 넥센 그리고 잠실에서 LG를 만나게 된다. 특히, 삼성과 넥센은 올시즌 내내 한화이글스를 어렵게 만들었고 특히 고비에서 한화이글스의 앞길을 막았던 팀들이다. 16경기가 남은 2017시즌. 남은 경기에서 그 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저력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아울러 남은 16경기가 한화이글스의 2018년을 위한 아주 중요한 경기들로 치러지길 기대한다. 

오늘도 지난 9년의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노력으로 2017 시즌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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