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학교에서 있었다는 이 대학 총장의 갑질 행위는 충격적이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희수 총장이 교수회의 석상에서 폭언을 했으며, 교수들이 볼을 잡히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어떤 직원은 안경이 날아갈 정도 맞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사실이 보도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자 김 총장은 9월 안에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양대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김 총장에게 있다. 대학 설립자로서 17년 넘게 대학 총장 자리에 앉아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생긴 문제다. 내가 만든 대학이니 뭐든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오너 총장’의 사고방식이 화를 키웠다. 꼭두새벽에 출근하는 총장 때문에 직원들은 늘 안절부절이었고, 강의실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든 강의실문은 ‘감독의 창’이었다. 그동안 대학 구성원들이 어떤 고초를 겪었을지 짐작이 된다.

그러나 구성원들 책임도 없지 않다. 비상식적인 대학 운영이 지속돼 왔는 데도 건양대 구성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학이면 거의 다 있는 교수협의회가 건양대에는 없었다. 교수노조 역할을 하는 단체다. 교수들은 몇 년 전 한 동료교수가 대학에서 내몰려 자살을 선택할 때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야 일부 교수들이 부랴부랴 교수협의회를 만들었다. 건양대 사태는 김 총장 혼자만의 책임은 분명 아니다. 총장의 갑질을 눈감아온 대학 구성원들은 피해자이면서도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건양대 구성원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면서도 대학이 심각한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건양대 대학평의회는 “학내의 모든 문제를 다 파헤쳐서 공개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구성원도 있고, 중립적 또는 반대의견을 가진 구성원도 있지만 지금처럼 부정적인 보도가 계속된다면 내부 구성원의 갈등이나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성원들은 현 사태를 하나같이 개탄하면서도 해법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일로 학내가 분열되면 더 큰 상처를 입게 된다. 학내 분열로 가면 안 된다.

총장과 대학구성원들은 누구보다 이 대학 학생들의 입장을 살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언론에 비쳐지는 건양대의 모습에 실망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하루빨리 정상화하는 것만이 학생도 대학도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대학 측은 조속히 대학구성원들이 믿을 만한 사람을 후임 총장으로 선출해야 한다. 김 총장은 후임총장 선출과 학교 정상화에 최대한 협조하고, 구성원들은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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