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세계 속으로] <36>

인도네시아 지도.
적도 남쪽에 있는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발리(Bali)는 한국인의 신혼부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휴양지이다. 그런데, 유명한 유적이나 명승고적도 없이 오로지 맑고 깨끗한 바다뿐인 섬에서 가족이나 연인끼리 해수욕, 윈드서핑, 래프팅, 번지점프 등을 즐긴다면 가까운 일본 오키나와․ 태국의 파타야, 사이판․ 괌 등이 있는데도, 굳이 7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적도 남쪽까지 간다는 것은 조금 의문이다.

혹시라도 발리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신(神)들의 섬(The island of Gods)'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에 이끌린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여행사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하기 위한 광고 카피일 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발리는 미국풍의 휴양시설과 발리의 전통 민속신앙, 힌두교 신앙 등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는 어수선한 섬을 경제적으로 부를 이룬 일본인들이 태평양 전쟁 동안 일시 지배했던 식민지에 대한 향수로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를 거쳐 사이판, 괌, 발리를 많이 찾아갔다가 근래에 발길이 뜸해지자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곳일 뿐이다. 여행사들도 발리의 이런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려고 인근의 롬복 섬과 자바 내륙의 수라바야까지 여행코스를 확장하고 있다(태평양 전쟁에 관해서는 2017.08.18. 괌(1) 참조).

정승열 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장
아시아 대륙 남쪽 끝인 말레이 반도에서 해저로 이어진 인도네시아의 크고 작은 섬들을 순다 열도(Sunda Islands)라고 하는데, 순다 열도는 태평양을 에워싼 환태평양의 화산지대에 속해서 지각이 매우 불안정한 지역이다. 지형적으로는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의 말레이 반도와 호주 사이에서 태평양과 인도양을 구분해주며, 서쪽 수마트라에서 맨 동쪽 뉴기니 섬까지 약5100㎞에 이르고, 또 적도를 포함한 북위 6도~ 남위 11도까지 남북 약1600㎞ 이르는 광대한 국가로서 2016년 말 현재 2억6천만 명으로 세계 4번째의 대국이다.

순다 열도는 수마트라·자바·보르네오·셀레베스 섬들과 작은 섬들로 이뤄진 대순다 열도와 발리에서부터 동쪽 끝 티모르 섬까지 길게 늘어진 섬들인 소순다 열도로 나뉘는데, 소순다열도는 누사텡가라 열도라고도 한다. 소순다 열도는 다시 발리 섬을 비롯하여 롬복 섬, 숨바와 섬, 코모도 섬, 플로레스 섬, 소롤 섬, 아도나라 섬, 롬블렌 섬, 판타르 섬, 알로르 섬 등으로 구성된 북부 열도와 숨바 섬, 사우 섬, 로티 섬, 티모르 섬으로 이루어진 남부 열도로 나뉘는데, 태평양과 접한 북부 열도는 화산활동이 심하고, 호주 쪽의 남부 열도는 비교적 지각이 안정되어 있다.

발리 지도.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 자바, 칼리만탄, 술라웨시, 이리안자야 등 5개의 큰 섬과 약137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나라인데, 썰물 때에는 더욱 많은 섬들이 드러나서 약18000개나 된다. 하지만, 유인도는 약6,000 여개이며, 300 부족 이상이 250여 종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다인종국가로서 국민의 85% 이상이 이슬람을 믿고 있다. 광활한 영토에서 석유, 고무, 목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오랫동안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받다가 2차 대전 후 해방되어 아직 1인당 국민소득은 16000달러에 그친다. 그나마 빈부의 차이가 극심해서 저소득층은 연간 소득이 900달러에도 이르지 못한다.

누사두아호텔.
소순다 열도의 발리는 자바 섬과 롬복 섬 사이에서 1백만 년 전에 화산폭발로 형성된 섬으로서 면적은 제주도(1845㎢)의 약3배 크기(5780㎢)이다. 발리는 주위의 크고 작은 섬들과 함께 발리 주(州)를 구성하며, 주도(州都)는 발리 섬의 덴파사르(Denpasar)이다. 주민은 섬마다 종족이 달라서 약300부족이나 되며 약450만 명인데, 덴파사르에 약200만 명이 살고 있다.

역사적으로 발리는 7세기경부터 중국, 인도인들과 교류하면서 힌두교가 전래되었으며, 1343년부터 쟈바 동부에서 현재의 인도네시아 전 지역과 말레이시아 일부를 지배하며 중국·참파·캄보디아·안남·시암 등과 교류하던 마자파힛 왕국(Majapahit: 1293~1520)의 통치를 받았다.  1527년 마자파힛 왕국이 이슬람 세력에 쫓겨 온 영향으로 인도네시아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것과 달리 힌두교 신앙이 가장 융성한 발리는 1597년 수마트라와 자바가 네덜란드에게 점령된 300년 후인 1906년 네덜란드에 점령되었다.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일본군이 차지했다가 1950년 인도네시아의 영토로 편입되어서 민족적 이질감으로 통일국가의 정체성이 상당히 미약하다.

힌두교양식의 주택.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힌두교를 믿는 지역인 발리의 힌두신앙(Hinduism)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힌두교는 수천 년 동안 전승되어온 '인도 전통신앙‘이 종교로 형성된 물신숭배(物神崇拜). 애니미즘(Animism)의 다신교이다. 그 중 브라만(Brahman)․ 비슈누(Vishnu: 커다란 금시조를 타고 다니며, 악을 제거하고 정의 회복을 유지하는 신)․ 시바(Siva) 등 3대 신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시바신은 원래 부와 행복․길조를 의미했으나 창조와 파괴의 신이 되어서 지상에 인간으로 나타난 것이 왕(王)이며, 왕은 신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라고 믿고 있다. 또, 힌두교의 전설에 둘가(Durga)는 브라만·비슈누·시바 신의 입에서 나오는 불꽃에서 만들어진 아름다운 여인인데, 적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로서 그림이나 조각에서는 보통 사자(때로는 호랑이처럼 보임)에 올라탄 모습이다. 악마들과 싸울 때에는 신들로부터 받은 무기를 8~10개의 팔에 들고 싸우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힌두 둘가 여신.
발리는 힌두교 영향으로 인도만큼 엄격하지는 않지만 카스트 제(Caste system)가 많이 남아 있으며, 주민의 9/10가 신분이 낮은 수드라(Brahman-Ksatriya-Vaisya-Sudra) 계층이고,  일부다처제인 부계 친족집단을 구성하고 있다. 또, 마을마다 힌두교 특유의 여러 신을 모시는 3개의 사원 푸라(Pura)가 있는데, 푸라에서는 힌두신 이외에 조상신에 대한 제사도 지내고, 그밖에 전통 민간신앙까지 숭배한다. 그래서 발리를 ‘신들의 섬’이라고 하지만, 실상 ‘우상들의 섬’이라는 표현이 제격이다.

 일본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발리는 현재 외국관광객 중 한국인이 60% 정도라고 하는데,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두 국적기 이외에 인도네시아의 가루다항공이 취항하고 있다. 또, 현지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교포여행사와 숙박업소, 음식점이 많아서 언제든지 찾아가더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힌두신앙 조형물.
다만, 발리는 4월부터 9월까지는 건기이고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우기로 나눠지는데, 건기 동안에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서 사람이나 식물들이 심각한 물 부족을 겪지만, 우기에는 매일 한 두 차례씩 비가 내린다는 점을 기억하고 여행 스케줄을 세울 필요가 있다. 건기에 정남쪽 하늘 낮게 십자가 모양의 남십자성을 보는 것은 발리에서만의 멋진 야경이다. 참고로 발리는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물가가 매우 비싸서 예정했던 일정이 길어지면 비용도 크게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비의 대부분은 항공료와 숙박비여서 약간 저가 숙박업소나 음식점을 이용한다면 나흘을 체류하건 일주일을 체류하건 비용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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