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지방의회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체로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곤 하는데, 주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어긋날 때는 그에 상응하는 이상으로 비판을 받는 것은 지방의회가 안고 있는 숙명과도 같다. 선출직 가운데 지방의원은 주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상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판받는 일 중의 하나가 공무국외연수다. 지방의원의 국외연수는 해외여행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 의원들이 선진문물을 체험하며 견문과 시야를 넓히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곤 하는가?

가기천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이유는 ‘연수’가 아니라 일정의 대부분을 관광지를 돌아보는 ‘여행’이라는 것과 결과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얼마 전 수해지역 의원들이 국외연수를 감행하여 호된 비난이 일었던 것처럼 시기문제도 비판의 이유가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없지 않다.

먼저, 지방의원 뿐 아니라 공무원연수단의 국외연수를 제대로 맡아 해줄 수 있는 전문연수기관이 많지 않은데다 설령 적정한 기관을 찾았다 하더라도 이 경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한정된 예산에 맞추다보니 대부분 여행사를 통하여 진행하게 되고, 여행사가 운영하는 일정에 몇 곳의 공공기관 방문을 끼워 넣는 형태로 스케줄이 짜여 진다.

아울러 방문국의 언어에는 서툴고 풍토가 낯선 외국에서 단시일에 무엇을 얻는다는 것은 뜻한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기관방문에 가이드나 상사 주재원, 유학생이 통역을 맡을 경우, 전문용어를 이해하지 못하여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연수라는 명목과는 달리 외유라는 비판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6년 정부는 지방의원 국외연수 방법을 ‘회수(回數)제’에서 ‘여행경비 정액제’로 변경했다. 종전에 의원임기 중 국외연수를 회수로 제한하자 한 번 나갈 때 원거리 국가를 장기간 다녀오는 폐단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예산편성기준에 따른 예산 범위 내에서는 회수에 관계없이 필요할 때 소규모로 연수단을 편성하고 적정한 일정을 짜서 실질적인 국외연수가 되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개선이 이루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

최근 공무국외연수제도의 취지에 맞는 모범적인 연수로 그동안 있었던 곱지 못한 시각과 비판을 잠재울만한 모범적인 사례가 있다.

대전시의회 김동섭 의원은 ‘복지 분권 및 민관협력 활성화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시책 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독일과 네덜란드를 방문한 후, 연수결과를 3개 분야 120 여 쪽 분량으로 정리하여 보고서를 만들었고, 연수보고회까지 열었다. 보고서에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방문한 기관에서 수집한 상세한 자료와 문답형식으로 된 인터뷰 내용, 사진과 도표, 시사점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부분도 빼놓지 않았다.

김 의원 일행의 이번 연수는 계획과 준비 단계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관행을 벗어났다.
우선 연수단이 5인 이하일 때는 공무 국외연수 심사 제외대상이지만 심사를 자청했다.
연수단은 시 복지정책과의 담당사무관 1명과 대전복지재단의 연구위원 1명을 포함 모두 3명으로 단출하게 편성하였고, 의원연수에는 의례 따랐던 의회사무처 소속 공무원은 동행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연수 2개월 전인 5월부터 연수단원들과 함께 직접 준비에 들어가, 방문 국가의 사회복지 현황과 복지제도, 고용복지 정책 등을 주제로 4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다.
방문기관 선정과 섭외는 물론이고 항공권과 숙소예약까지 모두 연수단원이 도맡아 해냈다.


보고서에 담긴 연수 일정을 보면 둘째 날부터 기관 방문 등으로 채워졌다. 독일 하겐시 청소년·사회국 방문을 시작으로 고용·직업교육센터와 노인·장애인을 위한 연구소, 장애인 사회적 기업연구소 등 사회복지 관련 기관만 모두 13곳이었다. 관광성 일정이라고는 휴일이라 기관방문을 할 수 없었던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시민들로부터 지탄받는 연수를 지양하고 제대로 다녀온 뒤 당당하게 성과를 보고할 생각이었다”며 “실무책임자, 전문가와 동행함으로써 보다 내실있는 연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실제 보고서는 어느 전문가의 연구논문에 뒤지지 않을 만큼 수준이 높았고, 자치단체나 중앙정부의 시책에 반영해도 좋을 만큼 충실했다.

이전에 충남도의회 서형달 의원은 의원연수단이 호주와 뉴질랜드로 교육기관 방문과 문화체험을 계획하자, 국내에서 미리 자료를 수집하고 경험자의 자문을 받아 꼼꼼히 검토하는 등 열성적으로 준비했다. 더 많은 것을 습득하겠다는 의욕에서 일행보다 먼저 뉴질랜드로 가서 활동한 다음 며칠 후에 도착한 연수단일행과 합류했다.

언론에 공개한 연수보고서는 지방의 차원을 넘어 국가의 교육정책에도 반영할 만한 알맹이 있는 내용이었다. 서의원은 이에 앞서 일본의 다문화국제교류축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자비로 방문하여 관심을 받은바 있다.

두 의원의 사례는 주민들이 지방의원의 국외연수를 보는 차가운 시선을 돌려놓을 수 있는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이만하면 지방의원 공무국외연수의 ‘모범답안’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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