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형(20)이 동생을 흉기로 살해했다. 형은 지적장애가 있고, 동생은 심한 자폐성 장애을 앓고 있었다. 온전치 못한 형이 자기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진 동생에게 끔직한 일을 저지른 것은 ‘우리가 없어지면 어머니가 편해질 것’이란 이유였다. 동생을 보내고 자신도 죽을 결심이었다. 형은 동생을 보낸 뒤 자살을 기도했으나 어머니에 의해 발견되어 결국 법의 심판대에 섰다.

지난 25일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장인 차문호 대전고법 부장판사는 징역 3년6개월에 치료감호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5년형이었다. 1심도 피고인의 사정을 최대한 감안한 것이었다. 2심에선 이보다 형을 더 낮췄다. 그러고도 재판부의 아쉬움은 컸던 듯하다. 재판부는 판결문 대신 ‘호소문’을 읽었다. 안타까운 사건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관심의 당부였다.

“두 사람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동생의 삶을 빼앗은 것은 너무 가슴아픈 일이다. 하지만 피고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피고인이 사회로 빨리 돌아가 어머니의 품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게 하는 것이 국가적 사회적으로 봐도 더 옳다.”

재판을 지켜본 기자들에 따르면 판사는 울먹이고 있었고 재판정은 숙연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연의 사건들이 종종 법의 심대판를 거처가지만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감성적 재판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날 법정을 적신 ‘판사의 눈물’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봐야 한다. 

판사는 호소문에서 “동생을 죽게 했기 때문에 제한 법령 안에서는 최대한 선처하려고 한다”고 했다. “죽였다”가 아니고 “죽게 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형이 죽인 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동생을 죽게 만들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우리 주변에는 세 모자처럼 극한의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끝내 견딜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몰리면 비극이 벌어진다. 어떨 땐 가족 전체가 목숨을 끊기도 한다.

불의에 대해선 엄정하기 이를데 없다는, 한 판사의 눈물은 단순한 동정과 감성의 눈물이 분명 아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간절한 호소요 고발이다. 차갑기만 한 법정에서 들려온 판사의 따뜻한 눈물 소식은 그 자체로는 위안이지만, 눈물의 의미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판사의 호소가 헛되지 않기 바란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