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 칼럼] 김재호 충남대 도서관장

농어촌 지역의 커다란 바람으로 등장한 소위 고향세(고향사랑 기부제도)의 도입을 위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그동안 일부 국회의원과 농어촌 지자체가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기부금품법 개정 등을 실무적으로 검토하면서 기부대상 지자체, 기부금 모집에 관한 절차 및 방법, 세액공제 및 인센티브 내용 등을 논의했으며 기획재정부도 고향세를 도입하는 세법개정 등을 검토․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더구나 농어촌 출신 국회의원 뿐 아니라 대도시 출신(부산) 의원도 작년 7월 이후 금년 6월까지 1년 사이에 5개의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기부금품법 개정안, 농어촌발전 모금․배분법 제정안, 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법․소득세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도시거주자 원하는 지역 지정해 기부금 기탁하면 세제혜택

김재호 충남대 도서관장
소위 고향세란 도시거주자가, 원하는 지역을 지정해 기부금을 기탁하면 이에 대한 세제혜택을 받는 제도라고 할 것인데 이는 결국 기부금과 세금공제라는 내용을 기본으로 고향을 떠나서 살고 있는 출향민들의 애향심을 통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보자는 정치적 발상에 의한 법적 제도라 할 것이다.

그 제안된 법률안의 이유를 살펴보면 지방(농어촌지역)에서 태어나 교육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은 사람들이 사회진출 후 경제활동을 도시지역에서 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지방과 도시간의 재정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을 인식하고 지방의 발전에 국민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을 전제로 한다. 결국 재원을 확보하여 지방에 배분하는 법 구조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 내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 또한 작지 않다. 과거 향토발전세라는 이름으로 발의되었던 법안은 수도권의 거부로 무산된 적이 있다. 이는 결국 ‘어디에, 얼마나’라는 문제로 귀결될 수 있는데, 예컨대 도시민이 기부금을 내고 세금을 공제받는다는 골자로 하는 정부의 제도 설계 구성은 유입인구 비중이 큰 대도시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식으로든 세수가 줄 수밖에 없는 것이 명확하게 예측되는 것이고 기부한도를 제한하지 않으면 특정지역에의 쏠림현상을 막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전충청지역은 이 제도를 어떻게 보아야할 것인지 많은 논의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17년도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당초 예산; 지방재정 365 홈페이지), 대전은 50.86%, 충남은 39.29%, 충북은 38.14%, 그리고 대전 동구 15.29%, 중구 19.10%, 서구 26.23%, 유성구 38.53%, 대덕구 21.60%로 나타나고 있다.

대전충청지역 고향세 찬성 비율 5.1%

’16년도 황주홍의원이 주최한 고향세법 정책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대전충청지역의 고향세 찬성 비율은 5.1%, 반대 3.8%, 모른다가 10.9%, 나머지는 무응답으로 나타났다. 설문의 정확도를 인정하기는 어려우나 지역주민의 대체적 경향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문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서 정부가 고향세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지역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제기될 시점에 와 있음이 분명하다.

현재 ‘17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재정자립도가 20%를 밑도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226곳 중 89곳(약40%)에 이르고 그 중 대전의 경우만도 2곳이 포함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부대상 지방자치단체를 재정자립도 25%이하인 지방자치단체로 설정한다면 대전지역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다.
 
또한 세금공제의 범위도 일정액수의 기부금에 대해 공제 세목을 지방세가 아닌 국세인 소득세로 한정하도록 한다면 현재의 8대2 수준의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완화하는 효과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세액공제대상을 개인의 소득세뿐만 아니라 기업의 법인세로 확대한다면 세수의 재분배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간의 경쟁을 촉진하는 지방경영시대를 유도할 수 있는 측면에서 지역간 재정격차를 줄임으로써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일정부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순기능을 고향기부제도의 시행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역기능(부작용)과 비교․형량해 보는 지역사회, 지방자치단체의 논의를 제기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많은 격차만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을 축소하고, 충청의 출향민들이 고향에 대한 관심을 키워내는 지역사회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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