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재단이 제대로 짜고 치지도 못한 엉성한 채용절차로 기관의 신뢰를 실추시켰다. 지난 1월 문화기획실 업무를 총괄할 가급 채용공고를 낸 문화재단은 13일 면접을 치르고 A씨를 합격자로 정했다. 그 다음 주인 16일까지 졸업 및 경력증명서와 신체검사서 등 구비서류를 받은 뒤 인사발령을 내야하는데 재단은 합격자 발표 날 A씨를 포함한 내부 인사발령을 냈다.

통상적으로는 이력사항 확인과 신원조회를 거쳐 인사발령 하는 게 순서다. 시간상으로 봐도 이춘아 대표는 면접심사결과(오후 4시 43분)보다 A씨의 실장 발령이 포함된 인사이동 결재(오후 4시 33분)를 먼저 했다. 담당직원의 인사이동 기안(오후 4시 24분)도 면접결과 기안(오후 4시 38분)보다 14분 빨랐다. 최종 합격이 되기 전 인사발령부터 낸 것이다.

문화재단에서는 공모를 통해 후보자를 뽑고 외부위원들이 심사하기 때문에 내정이나 부정채용은 있을 수 없으며 단순 행정실수라고 해명했다. 실수라면 대전시 산하기관의 허술한 행정을 보여주는 것이고 처음부터 기획됐다면 시민과 지원자들을 우롱한 부정채용이다. A씨 채용 전 이 대표는 이른바 '코드'가 맞지 않는다며 전임 실장을 해임했다.

문화재단의 채용절차 위반 의혹은 감사원에 진정서가 접수돼 대전시가 감사를 벌였다. 항간의 의심처럼 이 대표가 A씨 채용을 위해 면접날 즉각 합격자를 발표하고 채용절차가 끝나도 전에 인사발령부터 한 것이라면 문화재단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안 그래도 부당해고 및 수당 미지급 등 연이은 소송과 진정으로 재단이 시끄러운데 부정채용까지 했다면 심각하다.

기관 단체의 채용은 겉으론 공채형식을 밟지만 내정자가 정해진 경우가 허다하다. 서류전형과 면접 등의 절차를 밟아 무사히(?) 내정자를 뽑는 식이지만 무리하게 추진하다 대전도시철도공사처럼 점수조작 같은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필기점수가 낮은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합격자의 면접점수를 깎은 도시철도공사의 채용비리는 내부고발이 없었다면 그대로 묻혔을 것이다. 

충남대도 교수 임용과정에서 타 대학들과 다른 연구실적물 증빙방법을 요구해 특정인 채용을 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충남대의 채용규정이 불합리하다는 쪽에서는 청와대와 교육부, 국민권익위원회로 정식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문화재단처럼 충남대도 채용과정에 문제가 없다지만 대학 안팎에서 의혹이 나왔다는 것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됐다는 반증이다.

채용비리야말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적폐다. 누군가 용기를 내 밝히지 않으면 관행적으로 계속되니 적폐 중에서도 고질적이고 무서운 적폐다. 범죄행위임에도 금품을 주고받거나 조작의 증거가 폭로되지 않으면 흐지부지된다. 기관단체장은 부정채용 지시가 범죄임을 명심해야 하고 담당자가 부당한 지시를 당당히 거부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그렇지 않고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영영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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